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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희한한 세상이다. 일부러 병을 만들고 약으로 다스리는 재미에 폭 빠져있어 보이는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여러가지 환경적인 제약은 사람으로 하여금 무한히 움츠러들게 만들고, 또 그런 환경에서부터 보호하려는 제품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름을 바꿔가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요지경같은 세상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웰빙이 뭔지, 로하스가 뭔지를 알지 못했다. 또 그러한 것들을 알지 못해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경쟁이 심해지고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대자본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이슈를 만들어야 했다. 내가 살려면 남을 짓밟아야 하는 부도덕이 상술의 기본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어쨌든...

어느 순간부터 뉴스를 보면 농약이 어떠느니 고냉지 농법이 어떠느니 하면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납 성분으로 가득 채워진 꽃게가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부패를 막기 위한 방부제 용도로 사용했던 포름알데히드로 인해 고무로 변한 은어가 식탁에 올라오고 있다는 보도를 들어야만 했다. 멜라민 성분이 검출된 분유는 또 얼마나 많은 아기들을 호흡도 하지 못하게 생명줄을 쥐고 흔들었는지...

그래서 요즘에는 무조건 웰빙이다. 로하스이고 유기농이다. 피자 하나를 봐도 유기농밀에 유기농치즈를 재료로 쓰지 않으면 안팔리는 분위기다. 그 웰빙과 로하스와 유기농의 중심에는 항상 주부와 아이와 먹거리가 있다. 나 역시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면 죽어도 좋은 것만을 사주고 싶어한다. 딸기 한 팩을 사더라도 같은 용량의 딸기를 3팩이나 살 수 있는 돈으로 알량한 유기농 표 딱지 하나 붙어있는  딸기를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오늘 만큼은...


가로X세로 각각 25cm의 가재수건과 수건보다 조금 크게 느껴지는 타올 한 세트


유기농, 친환경 오가닉스몰 - 유기농이라는 단어와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반갑다



갑자기 몰아닥친 돌풍을 동반한 우박비를 맞은 아이들이 오돌오돌 떨고 있기에 목욕을 시켜야 했던 날이다. 열심히 목욕을 씻긴 애들 엄마와 아이들한테 자랑스럽다는 듯이 꺼내든 타올이 유기농 제품이었다. 혹자들은 의아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타올에도 유기농이 있느냐고...


가재수건과 타올 - 우려했던 휘발성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모임이나 잔치에 참석을 하게 되었을 때, 지금은 많이 볼 수 없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건이 들어있는 사각포장을 답례품으로 많이 받아왔었다. 그 선물을 집에서 꺼내보기라도 하려면 온통 집안 가득히 퍼지는 페인트(시나) 같은 휘발성 냄새를 감수해야 가능했었다.


가재수건의 앞면과 뒷면 - 부드러운 앞면과 보풀이 있는 뒷면의 모습


타올의 앞면과 뒷면 - 가재수건과는 틀리게 타올은 앞면과 뒷면이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그런 휘발성 냄새가 없는 유기농 타올이 있긴 있더라는 이야기다. 택배로 전달된 내용물을 하나씩 꺼내들었는데도 그 어떤 자극적인 냄새가 없었다. 보통 수건이나 타올, 면티, 속옷 등은 구매를 하고 나면 먼저 한번 세탁을 하고 나서 착용을 하거나 사용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왜?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으니까...


작은애가 샤워 후 타올을 두르며 좋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아토피성 피부다. 물론 대한민국 가정에서 키우는 아이들의 경우 80% 가까이가 아토피성 피부에 가깝거나 그 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자주 씻겨야 한다. 물론 아빠 입장에서는 피부자극이나 기타 여러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절대 자주 씻기고 싶지는 않지만 씻기지 않으면 아이들이 잠을 자는 동안 얼마나 긁어대는지 아침에 보면 피딱지가 앉아 있을 경우가 태반이다. 그나마 비눗칠을 하지 않는 물칠 샤워만 해도 아이들이 잘 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큰애가 세수를 하고 난 후 얼굴에 있는 물기를 닦아내고 있다



그러니 보습제나 피부로션은 둘째치더라도 물기를 닦는 수건에도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빠가 준비한 목욕 후 몸을 닦을 수 있는 커다란 타올과 손을 닦을 수 있는 가재수건이 어떤지 아이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유기농제품과 친환경제품을 고집하는 오가닉스몰의 명성을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기도 했다.


작은애가 손을 씻고 가재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있다



좋단다. 부드럽고, 냄새가 없어서 좋단다. 다만, 곰돌이나 도라에몽과 같은 캐릭터 그림이 없어서 밋밋하단다. 아빠가 하는 말...

"너희들 그거 알아? 곰돌이랑 도라에몽을 그 타올에 그려 넣으려면 색채가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또 너희를 간지럽히면 어떡하라고?"
- 아! 그렇구나.

아이들을 앞에 두고 대놓고 사기를 친 건가? 아무튼 좋아라 하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은 매우 유쾌하다. '그러니까 앞으로 아빠 말 잘 들으라고'라는 혼잣말을 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는 오늘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