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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의 아이가 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아홉 살 아이한테만큼은 엄마는 바다처럼 넓고,
아빠는 산처럼 크기만 했겠지요.

그 아홉 살의 꿈 많던 아이는 오늘도 학교를 가기 위해
가방을 메고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했겠지요.

그리고 엊저녁에 아빠랑 함께 읽었던 동화를 생각하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꿈속에서 산타 할아버지한테 일렀겠지요.

그러나 세상은 아홉 살 아이한테 너무나 가혹한 형벌을 내렸습니다.


평소 아이가 가졌던
그릇된 생각에 대해 하늘이 벌을 주신 거였다면
그러려니 할 겁니다.


사건의 피해자인 아홉 살 아이가 그린 그림 - 아홉 살 아이는 범인이 60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판결을 하였고, 벌레와 함께 살아야 하며, 흙이 들어간 밥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미지 출처 - KBS 시사기획 쌈]

그동안 아이가 했던 못된 행동을 일깨우려 연극을 한 것이었다면
살포시 웃을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아이는 집을 나섰지요.

그리고 늙수레한 아저씨의 손에 의해
상가 건물 화장실로 끌려갔습니다.

주먹으로 맞고 목이 조여오기에
힘없는 아홉 살 아이는 기억을 놓아 버렸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 몸에 아프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누구도 아이와 그 어떤 얘기를 하지 않으려 했고,
아이는 올곧이 엄마의 눈물만 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홉 살 아이는 자궁과 항문을 들어내고
평생을 장애자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사건이 있은지 10개월이 지난 9월 22일,
매체와 뉴스에서는 당시 사건을 한 가지 이슈와 함께 소개하였고,
지금 대한민국은 그동안 묻혀있었던 그 소식에 통곡을 하고 있습니다.


가정이 넉넉하지도 않았고,
사회에 입을 여는 법을 몰랐던 그 아홉 살 아이의 부모는
그동안 눈물로 밥을 짓고,
한숨으로 찬을 만들어 지냈건만 정부와 사회는 냉정했습니다.

심지어 사건이 있었던 안산시에서조차도
아홉 살 피해 아이에게 지원했었던 ‘무한돌봄의료비’라는 것까지
환수하려 했었던 모양입니다.

우리는 지지리도 지랄맞은 나라에서도
참 잘도 살아가고 있었다는 생각에 온몸이 떨려 옵니다.

증거도 확실한 조가 성을 가진 놈은
체포 당시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교도소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나올 테니까 그때 다시 보자'며
조사 경찰에게 위협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집안에는 폭력전과 14범답게
여러 흉기들이 너저분하게 뒹굴고 있었고,
범인은 그것들이 없으면 편하게 잠을 못자기 때문에
보관하고 있었더랍니다.

남들에게 상해를 입히는 도구들이 그에게는 수면제라도 되나 보지요?

우리의 사법부는 그에게 12년을 구형했습니다.
그 판결을 듣고 있으려니 참으로 눈물이 나려 합니다.

아홉 살 아이의 신체와 정신을 모두 망가뜨린 놈한테
12년만 감옥에서 죽어지내라는 법의 해석이
아홉 살 아이를 너무나도 가엾게 만듭니다.

대한민국 법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판결이라는 것이 꼴랑 그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가 봅니다.

여덟 살과 여섯 살의 여아를 키우고 있는 아빠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법정최고형도 부족하다 싶더랍니다.

마땅히 죽어야 할 놈이 열명이 있다고 해도
그 중 한 사람이 무고하게 죽어갈 수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잇습니다.

당시 그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생각이 깊기도 하고,
또 반박할 여지도 없이 박애주의가 넘쳐났다고 느꼈었기에
아무런 유감없이 그 글에 공감을 표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놈에게도 적용될 사형제도의 폐지라면
이젠 생각을 바꿔야 되겠습니다.

말일이라 오랜만에 보는 급여통장의 숫자가 반가워
한 잔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분명히 아니겠지요.

얼마 전 이웃님으로 알게 된 ‘바쁜 아빠’님의
조두순사건에 대한 육아블로거 1인 시국선언이라는 글을 읽고 난 후
응원의
포스트를 날려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짧은 글이나마 작성해 보았습니다.

‘바쁜 아빠’님께서 글 중에
냄비라는 표현을 쓰셨던 것을 보았습니다만
이번만큼은 불같이
타올랐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의 발현이 아니기만을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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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해 실명도, 가명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