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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법률 전문가 200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최근 '방심위'가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명예훼손 글을 제3자 신고 혹은 직권으로 심의하겠다"는 횡포를 전면 부정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미 많은 법률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게시물의 명예훼손 여부를 심의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며, 더 나아가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까지 심의신청을 허용한다면 공인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해 악용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에 전국의 뜻있는 법학교수들과 변호사들이 '방심위'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날 있었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에 반대하는 법률 전문가 200인 선언"의 기자회견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방심위의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규정 개정에 반대하며, 개정 추진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피해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청 또는 방심위의 직권에 의해서 인터넷상 명예훼손 게시물을 삭제,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개정은 명예훼손 피해가 있는지 여부조차 불확실한 게시물들까지 심의대상이 되게 하고,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및 정치적·경제적 권력층에 대한 인터넷상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남용될 위험이 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를 불러올 것이 명백하다.

방심위 측은‘명예훼손 등 정보는 당사자 또는 그 대리인이 심의를 신청해야 심의를 개시한다’는 현행 심의규정이, 형사법상 명예훼손죄 및 정보통신망법의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 규정상 명예훼손 정보가 ‘반의사불벌’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과 충돌하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범죄와 형벌을 규율하는 형사법과 방심위의 통신심의를 규율하는 행정법은 그 목적, 주체, 효과가 전혀 다른 법체계로서, 형사절차상 소추조건인 ‘친고죄’, ‘반의사불벌죄’ 개념이 방심위의 통신심의 제도에 대입될 수 없으며, 법체계상 충돌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정보통신망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조치도 방심위의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제도와 전혀 다른 별개의 제도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독립된 별개의 기관이며, 방심위의 통신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의 근거법률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3호, 제4호로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2항(방통위의 제재조치)이 방심위 통신심의 제도의 모법이라거나 상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방통위 제재조치 역시 행정행위이기 때문에 ‘해당 정보로 인하여 피해를 받은 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제재조치를 명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 곧 반드시 형사절차상 ‘반의사불벌’ 개념과 같은 형식으로 운영하라는 것이거나 친고에 의한 심의 개시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고, 결과적으로 피해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제재조치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아가 현행 심의규정이 명예훼손 정보의 경우 당사자 측의 신청으로 심의를 개시하고 있도록 규정한 것은, 형사절차와 달리 행정행위로서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통신심의 절차상, 해당 사실이 제3자의 신청 등으로 피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되는 때에는 피해 당사자에게 또 다른 사회적 불이익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을 개정하여 당사자 의사와 무관히 제3자 신청 혹은 직권으로 명예훼손 글에 대한 심의를 개시하도록 한다면 오히려 개인의 인격권, 자기결정권 등을 더욱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이유로 현행 형사법상의 명예훼손죄 역시 친고죄로 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명예훼손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명예훼손과 같은 불명확하고 사적인 문제에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처벌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제약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형사 비범죄화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명예훼손은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필요한 분야로서 법적으로도 성부가 명확한 개념이 아님에도, 사법기관도 아니고 법률전문가로도 구성되지 않은 방심위가 명예훼손 정보를 심의하는 것 자체에도 위법적, 위헌적 소지는 다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아가 당사자도 아닌 제3자가 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소명도 없이 심의 신청을 남발하게 되는 경우 수사권도 없는 방심위가 명예훼손 성부를 판단하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방심위가 이러한 폐단을 고려하지 않고 추세에 역행하면서까지 무리한 법해석을 주장하며 본 심의규정 개정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순수한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글을 제3자가 심의 신청하거나 직권으로 심의를 개시할 개연성은 매우 낮다. 결국 이번 개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자발적이고 막강한 지지・비호 세력을 가진 공인, 즉 대통령 등 정치인, 연예인, 종교지도자, 기업 대표 등이며, 이들에 대한 인터넷상의 비판 여론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수단으로 통신심의제도가 남용될 위험은 매우 크다. 이들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자유롭게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임에도, 이러한 표현들에 대한 행정기관의 검열 가능성과 권한을 넓히는 것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들을 엄청나게 퇴보시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번 심의규정 개정 시도는 대한민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위협임을 선언하며, 이러한 개정 시도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또한 앞으로 방심위의 통신심의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계속적인 관심과 우려를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