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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논평 : 국정화 앞에 국정방송 자처한 방송사들

- 정부 제공 화면 그대로 받아쓰고 질문 시작되자 중계 종료


11월 3일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국민담화로, 이어서 황우여 교육장관은 고시 확정 발표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선포했다. 지상파와 보도전문채널, 종편 등 거의 모든 방송사가 특별 편성에 나서 이를 생중계했다. 정부 담화나 주요 발표 시, 통상 키(Key)사를 정해 영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담화와 발표문 낭독 장면은 동일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날 모든 방송화면은 약속이나 한 듯 황총리가 프리젠테이션 스크린으로 고개를 돌릴 때마다 미리 준비된 정부 홍보 자료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정부 제공 참고자료를 사용할지 여부는 각 방송사가 판단해 배치해 온 관례를 깨뜨린 파격적 ‘동일 방송’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총리실이 출입기자단과 협의 없이 문화부 산하 국정홍보방송인 KTV를 키(Key)사로 미리 정해 놓고 출입기자단 간사에게는 “받아쓸지 알아서 결정하라고 통보만 했다”고 한다. 즉 정부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포함해 중계방송의 틀과 내용을 모두 정해 놓고 방송사들에게는 그대로 받아쓰게 했다는 것이다. 불공정 편파방송 정도로는 부족하니 아예 대놓고 ‘대한늬우스’를 송출하라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발표문 낭독 후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되기 직전 모든 방송사가 현장 중계를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이날 현장 기자들은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고, 정부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미지 출처 - 한국기자협회, 기협만평 2015.11.4



- 올바른 역사교과서 도대체 무엇이고, 그게 올바른지 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

- 이 교과서가 교학사 사태처럼 오류가 무더기로 나올 경우 교육부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황총리 담화문 내용엔 한국전쟁,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북한 국가수립 거론했는데 이는 새교과서에 담겨질 내용을 암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

- 40만 명의 반대서명 전달한 지 1시간 만에 고시 확정됐다, 방침 정해 놓고 의견 수렴 형식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현장에서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질문과 정부 답변이 오가는 중요한 장면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스튜디오 대담과 인터뷰, 광고로 채워졌다. 정책홍보 보조수단에 불과한 국정방송KTV가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방송사의 방송 내용까지 좌지우지한 기막힌 현실은 청와대권력에 의한 ‘역행과 퇴행’의 정점에 언론이 위치해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정방송으로 빙의한 각 방송사들에게 촉구한다. 기껏 ‘대한늬우스’하려고 소중한 공공재인 전파를 그 시간에 써야겠는가? 정도껏 하고 최소한의 품위는 지키도록 하자.


방송은 정부 또는 특정 집단의 정책 등을 공표함에 있어 의견이 다른 집단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되도록 노력하여야 하고, 또한 각 정치적 이해 당사자에 관한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함에 있어서도 균형성이 유지되도록 하여야 한다 - 방송법 제6조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제9항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