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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작은아이가 아빠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많은 애를 썼습니다. 물론 큰아이는 앞으로 나서지만 않았을 뿐 숨어서 동생의 재롱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줬습니다. 편지와 그림, 그리고 정성스럽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포장까지 해서 아빠한테 선물을 내밀었죠. 그리고는 연신 “사랑해요.”, “고마워요.”라는 립 서비스와 함께 뽀뽀와 포옹, 어깨안마까지 원 없이 받아 보았습니다.

딸 둘을 키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이런 재미가 있으니 힘든 것도 모르고 지내고 있나 봅니다. 세상이 조금만 덜 흉흉하고, 각박하지만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탄식도 흘리는 걸 보니 점점 나이를 먹어가나 봅니다.





'이별의 아픈 추억은 지우려 해도 손톱처럼 자라난다'고 합니다. 불탄도 ‘손톱깎기’라는 타이틀곡이 수록된 CD를 들어보기 전에는 2006년에 ‘썬’이라는 예명으로 ‘Sweetheart’를 속삭였던 이 사람 ‘정진철’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진철의 '손톱깎기'를 제게 들려준 사람은 바로 저의 '작은아이'였습니다.

서재라고 하기에는 너무 썰렁한, 컴퓨터 한 대만 딸랑 있는 불탄의 개인 작업공간에서 작은아이가 며칠 전에 한 번 들어보았다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겁니다.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가만히 들어봤지요. 아직 익숙해지지는 않았는지 모르는 부분에서는 흥얼흥얼대다가도 후렴구에서는 힘있게 치고 나가는 거예요. 그것도 나이가 더 어린 작은아이가 말이죠.





생각난 김에 아이한테 물어서 CD를 찾아들고 보관되어 있던 가사집을 들춰보는 순간 “아~!”하는 짧은 감탄사를 써야만 했습니다. 이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아름다운 시어(詩語)처럼 담겨져 있는 노랫말 때문이었지요. 혹시나 해서 우리 작은아이가 힘주어 부르는 대목의 가사를 찾아 몇 번씩이나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작은아이한테도 들려주었지요.

“무슨 뜻인지 알 수 있겠어?”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아이한테 던져보았습니다. 예상한 것처럼 당연히 그 내용이 뭔지 모른다는 답변이 들려왔지요. 아이는 그냥 귀에 들리는 대로 따라 부른 것뿐이었답니다. 하긴 저 역시 이 가사를 쓴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아이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마는 아픈 사랑의 절규인 것만큼은 확실히 가슴으로 느껴져 오더랍니다.


너를 자르고 자르고 잘라도

매일 똑같이 자라나

아주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헌데 지치지도 않아

너를 잊고 살아가기를

이젠 멈춰지기를

비웃는 듯 다시 자라나

하루 또 하루 지날수록


‘손톱깎이’라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구를 ‘손톱깎기’라는 생활 속의 용어로 제목을 지은 것도 그렇고, 그토록 버리고 싶고 멀리하고도 싶은 추억 속의 버려진 사랑이 손톱이 자라나는 것처럼 매일 지치지 않고 자라는 형상에 비유한 것은 참으로 멋진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작은아이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제가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J-김재섭의 ‘미쓰리’와 함께 이 노래 정진철의 ‘손톱깎기’도 저의 애창노래 18번으로 입력시켜 놓아야 하겠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