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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18일 신문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주자로서 집권 청사진을 담은 대담집이 나오자 역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반응입니다. 그런데 조선·동아가 발끈한 이유가 좀 뜻밖입니다. 사드 배치 문제도, 북핵 문제도 아닌 '친일 독재 청산'을 주장했다는 것을 가장 문제 삼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요즘 누가 친일을 하냐', '독재 세력 중 지금 활동하는 이가 몇이나 되냐'며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했습니다. 조선과 동아, 왜 이럴까요.


친일‧독재 청산하자는 문재인 주장에 발끈한 동아조선

-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 '오늘 신문보도' 2017. 1. 18


친일독재 청산 요구가 편 가르기? 제 발 저려 발끈한 동아‧조선


17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 집권 청사진을 담은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기념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저서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차기 정부의 비전 등 다양한 견해를 밝힌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적폐청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대개혁에 대해선 제가 가장 적임자”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종합적인 자신의 국가비전을 밝히는 작업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의 이 대담집과 간담회 발언에 대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사드 배치 문제도, 북핵 문제도 아닌 '친일 독재 청산'을 주장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 문재인 전 대표의 '친일독재 청산' 발언을 비판한 동아일보(위)와 조선일보(아래) 사설 - 민언련


동아일보는 "사설 / ‘대한민국이 묻는다’ 펴낸 문재인에게 묻는다"(2017. 1. 18)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두 번째 시민혁명인 6월 항쟁 때 민주정부를 선출했다면 군부독재 세력과 그 뿌리인 친일 청산도 가능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친일과 독재, 사이비 보수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야말로 '혁명의 완성'"이라 발언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걸고 넘어졌습니다.


"문 전 대표의 이런 역사인식은 실망"스러운데 그 이유는 이런 주장이 "'진보 대 보수' 프레임 속에 네 편, 내 편부터 가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영삼의 민주화 세력도 3당 합당으로 집권 세력에 합류"했는데 "'친일과 독재, 사이비 보수 세력"이란 이름 아래 모두 싸잡아 청산 대상으로 삼는 것은 진보좌파 진영만 빼곤 모두 청산 대상이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죠. 해당 사설은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야말로 '노무현 정권 시즌2'가 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는 매우 감정적인 문장으로 마무리 됩니다.


'친일 독재' 키워드에 유난히 발끈한 것은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설 / 편 가르기 말자는 文, 본인부터 실천하길"(2017. 1. 18)에서 조선일보는 먼저 문재인 전 대표가 "책에서 기득권 세력, 친일 세력, 독재 군부 세력 청산을 거론"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더니 기득권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선 부유층·고위층·엘리트층 등을 비난할 때 주로 쓰이고 있"으니 "문 전 대표가 지금 부유층 등을 싸잡아 청산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몰아부쳤습니다. 이런 주장을 펼칠 거라면 "'편 가르기 말자'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가 말하는 친일 세력과 독재 군부 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알 수 없다"며 "지금 우리나라에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친일 세력을 할 이유가 없다. 만약 한·일 관계를 합리적으로 풀어보려 고민하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부르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독재 군부 세력도 사라진 지가 30년"인데 "만약 지금 여당을 독재 군부 세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라면 정치의 상대를 인정조차 않겠다는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 노무현 잘못'이라는 레퍼토리도 빠지지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편 가르기를 가장 자극적으로 시작한 것이 문 전 대표가 몸담았던 노무현 정권"이었다며 "노사모의 홍위병 행태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분열됐는지를 돌이켜 보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당 사설은 "이 편 가르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가 먼저 나서야 한다. 문 전 대표가 '청산한다', '청소한다'고 하면 극성 지지자들은 그 행동대로 나서기 마련이다. 만약 문 전 대표가 30~40년 전 운동권 같은 언행을 끊으면 그날부터 우리 사회의 편 가르기 병폐는 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는 '조언'으로 마무리됩니다.


친일‧독재 세력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승승장구해 왔는지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역사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인데요. 긴 말이 필요할까요? 이건 청산의 대상이 청산되기 싫어서 괜히 먼저 성을 내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