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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수원교구가 새해 첫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2017. 1. 24


“세상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세상과 무관할 수 없다”


1월 23일 저녁, 정자동 주교좌성당에서 이용훈 주교를 비롯한 사제단의 주례로 ‘적폐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가 있었다. 추운 날씨에도 신자, 수도자, 사제 670여 명이 성당을 가득 메웠다.


미사 끝에는 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정평위는 “2017년은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아 새로운 시민권력, 진정한 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며 공정과 복지, 남북화해와 동북아 긴장해소, 생태 보전, 농촌과 지역 살리기, 안전한 사회 건설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했다.


이어 이들은 “세상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신앙은 세상과 무관할 수 없다”며 공동선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추운 날씨에도 신자 수도자 사제 670여 명이 미사에 함께했다. ⓒ배선영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최재철 신부(수원교구 정의평화위원장)는 강론에서 교회가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면 종북좌파로 몰리는 현실을 지적하며, “모든 이에게 듣기 좋은 복음은 복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이에게 듣기 좋은 말은 진리를 두루뭉술하게 표현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들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최 신부는 사회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불의한 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과 입장이 신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한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교회의 가르침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놓거나 알리지 않고 그냥 지나치도록 두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신부가 주교회의 정평위의 성명서만 잘 읽어 주면 강론시간에 사회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왜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최 신부는 예비신자 교육 때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이 소홀한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수원교구는 “한국 천주교회 예비신자 교리서”를 가장 많이 쓰는데, 뒷부분에 사회교리에 대해 자세히 나오지만, 교육 시간이 부족해 이 부분을 종종 대충 넘어간다. 두 번째로 많이 쓰는 예비자 교리서는 서울대교구에서 나온 "함께하는 여정"인데, 여기에는 사회교리 부분이 두루뭉술하게 나오며, 사회교리나 사회적 가르침이라는 말이 없다.


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해 12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교회의는 2017년부터 예비자 교리에서 사회교리를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신부는 “예비자 교리 때 사회교리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덧붙임 : 천주교 수원교구 시국미사 성명서 전문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마태오 5,14)


지난 2016년 우리 모두는 공정과 정의, 진실을 향한 시민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하였습니다. 민심은 천심이고 세상을 바꾸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의 작은 양심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한 해였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전 국민적 저항이 천만의 촛불로 타올라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희망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게 나라인가’ 라는 주권자들의 탄식과 분노는 마침내 검찰 수사를 이끌었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만들어 냈습니다. 주권자들의 준엄한 경고에 의해 국회는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습니다. 이제 광장의 민심은 헌법재판소에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탄핵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천주교 대전정평위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그 부역자들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정하고 검찰과 언론, 국민의 민의에 색깔론을 덧씌우면 탄핵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대통령이 정경유착 비리를 저지르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부추겨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촛불 민심에 대해 북한의 지령 운운하며 자신을 박해 받은 성인들에 비유하는 후안무치와 안하무인은 그녀가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인지 의심스럽기까지 합니다. 케케묵은 색깔론을 들이댄다고 해서 대통령의 잘못이 가려질리 없습니다. 궤변과 억지 없이는 자신을 도저히 변호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즉각 퇴진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탄핵하고자 한 것은 비단 박근혜 대통령만이 아닙니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한 번도 제대로 된 과거 청산을 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뿌리박은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남북대결주의와 친일파, 신 유신독재의 잔재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적폐를 청산하려는 국민적 의지가 대통령 탄핵의 민심으로 분출된 것입니다. 거짓과 불의의 낡은 체제를 뿌리까지 드러내고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언론, 정치 및 선거제도의 개혁 등 우리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견뎌내야만 공동선을 증진하는 새로운 나라를 세워갈 수 있습니다.


2017년은 국민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새로운 시민권력, 진정한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합니다. 공정과 복지, 남북화해와 동북아 긴장해소, 생태 보존, 농촌과 지역 살리기,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는 희망의 대 전환기가 되어야 합니다. 그 원동력은 행동하는 시민들의 양심, 보잘 것 없이 작지만 꺼지지 않는 수천만의 촛불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깊어만 가는 시대의 어둠에 절망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광장의 촛불은 메시아적 사건처럼 도래했습니다. 우울한 과거를 구원하고 있는 촛불 민심의 원점에는 불의한 시대에 맞서 싸워 온 사람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려는 따뜻한 마음의 사람들이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빼앗기고, 밀려나고, 진압되고, 배제되는 이 세상의 질서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믿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길 위에 있습니다. 믿음을 잃어버린 시대에 스스로 새로운 시대를 위해 믿음의 보루가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의 시대 속으로 그리스도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그리스도교 신앙은 결코 세상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불의에 대한 단죄는 교회의 기본적 선교사명이요, 교회의 예언자적 역할의 중대한 측면임을 새삼 깊이 깨닫습니다. 우리는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선의의 모든 이들과 함께 공동선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 세상의 빛으로 오시어 앞장 서 나아가신 예수님의 뒤를 따라 꺼지지 않는 부활의 촛불을 높이 들고 깨어 기도할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오 5, 14-16)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