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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8일 방송 저녁뉴스에서는 청와대의 특검 대면조사 거부와 솔솔 피어나는 ‘탄핵 기각설’에 보도가 집중됐습니다. 청와대는 특검이 대면조사 일정과 대통령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렸다며 9일 예정된 박근혜 대면조사를 거부했습니다. SBS‧JTBC‧MBN만 청와대의 ‘버티기’를 비판한 가운데 TV조선은 대면조사가 아예 불발될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박근혜의 지연작전과 탄핵 반대세력의 조직적인 여론전으로 탄핵심판의 기류가 변하자 야3당은 긴급 회동을 갖고 ‘선 탄핵 후 대선’을 결의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주자들도 대선보다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죠. 그러자 TV조선은 ‘야권이 민심을 자극하고 문재인이 광장 민심을 장기판 말로 취급하고 있다’는 흑색선전에 나섰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 '어제 방송뉴스(2017. 2. 10)' 


문재인이 광장 민심을 장기판 말로 취급하고 있다?


박근혜의 지연작전으로 탄핵 일정이 미뤄지자 야3당은 조속한 탄핵 인용과 특검 연장, 청와대 압수수색 승인을 촉구했는데요. TV조선은 야3당이 ‘민심을 악용하려 든다’는 보도를 3건이나 내놨습니다. 먼저 야3당 대표의 긴급 회동을 전한 "야3당 일제히 ‘조기 탄핵’ 압박"(2017. 2. 8)은 보도 시작부터 “촛불 VS 태극기 여야, 다시 광장으로”라는 큼지막한 자막을 띄웠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광장을 향해 손을 뻗는 정치권 소식”이라면서 “야3당의 조기 탄핵 요구”를 ‘광장에 손을 뻗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 야권의 '선 탄핵론'을 '촛불 민심 자극'으로 해석하며 맹비난한 TV조선


다음 보도인 "‘탄핵 무산’ 거론하며 ‘촛불 민심 자극’"(2017. 2. 8)은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광장'에 다시 기대는 분위기”라면서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박근혜에 대한 탄핵심판이 무산될 수도 있다며 촛불민심을 자극하는 모양새”라고 묘사했습니다.


TV조선 "앵커칼럼"(2017. 2. 8)은 왜곡의 정점입니다.


△ 야권의 '선 탄핵론'을 '촛불 민심 자극'으로 해석하며 맹비난한 TV조선


윤정호 앵커는 “처음엔 무혈 헉명을 주장”하던 문재인 전 대표 발언에서 “일주일 뒤엔 ‘혁명’ 앞에 붙었던 ‘명예’와 ‘평화’가 사라”졌다며 무의미한 말장난으로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하더니 “정치지도자라기보다 시민혁명가”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서 “촛불 동력이 떨어지면서 두 사람(문재인, 이재명) 지지율이 정체된 겁니다. ‘대세론’의 샴페인을 터뜨리며 조기 대선정국으로 몰아간 주역이 문 전 대표입니다. 그러더니 다시 지지층 결집에 촛불을 동원하겠답니다. 광장의 민심은 정치적 손익계산에 따라 맘대로 굴리는 장기판의 말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윤 앵커가 단정적으로 말한 지지율 정체는 사실과 다릅니다. 리얼미터에 의하면 2월 1일부터 3일까지 전국 1,519명(무선 90 : 유선 10 비율)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2월 1주차 주간 집계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바로 이전 주에 비해 2.8%p 상승한 31.2%로 5주 연속 1위를 이어갔습니다. 2위권과는 약 20%p 격차를 보였습니다.



2월 6일부터 8일까지 조사한 2월 2주차 주간 집계에서도 1주차 대비 2.0%가 또 오른 33.2%로 2위권과 여전히 20%p 가량의 격차를 유지했고요. 2월 6일에는 일간 집계 35.6%를 기록해 최고치였습니다. 리얼미터가 2월 2주차 주간 정례 차기대선주자 가상대결 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양자대결, 삼자대결을 가리지 않고 모든 부문에서 50%이상의 지지율로 1위였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자신의 지지율이 정체되어 ‘지지층 결집에 촛불을 동원하려’ 하는 것이라는 비난은 아무런 근거도 없는 억측이며 왜곡인 것이죠.


또한 윤 앵커는 마지막 멘트로 “정치인은 천동설 신봉자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과 대중이 움직인다고 믿는 겁니다. 천동설 세상에선 자기 뜻과 다른 건 모두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과연 그런지 천문대에 가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특정 정치인을 지칭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 보도가 문재인 전 대표의 행태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를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과 대중이 움직인다고 믿는” ‘천동설 신봉자’로 비유한 셈입니다. 아무리 ‘앵커칼럼’이 사실보도가 아닌 의견보도라 하더라도 “세상이 과연 그런지 천문대에 가볼 필요가 있습니다”라는 비아냥거림은 도를 넘은 수준입니다.


‘친박집회’의 불법적‧조직적 공작과 ‘탄핵기각설’ 외면한 TV조선, 탄핵 기각 바라나


문재인 전 대표와 야권을 겨냥한 TV조선의 이러한 맹폭은 현실과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이날 다른 방송사들도 모두 야3당의 ‘조기 탄핵 촉구 결의’를 1건씩 보도했지만 KBS‧MBC‧JTBC는 여야의 입장차를 단순 전달했습니다. SBS‧채널A‧MBN은 ‘탄핵기각설’의 실체를 분석한 보도를 각각 2건‧1건‧1건씩 덧붙였습니다.


SBS "‘탄핵 위기론’ 얘기하는 야의 속내는?"(2017. 2. 8)은 “어제(7일) 추가 증인 채택으로 2월 탄핵 결정이 무산”되면서 위기감을 느낀 야권이 ‘선 탄핵 후 대선’ 전략을 택했다고 전한 뒤 “기각에 손들 헌법재판관 2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 “다음 달 13일 이정미 재판관 퇴임 이후에 아예 재판관 한 명이 사퇴해서 정족수 부족으로 재판 자체를 무산시킬 것” 등 ‘탄핵기각론’의 실체를 짚어줬습니다. 정성엽 기자는 ‘탄핵기각설’은 “이런 게 널리 퍼지면 퍼질수록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쪽”이 만들어낸다면서 “탄핵이 기각될 거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말들이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는 데에는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제는, 헌법재판소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채널A는 “여권일각에서 태극기 집회 민심을 들어서 탄핵기각을 주장하는 것도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며 ‘탄핵 위기론’의 의미를 여당 의원들의 행태와 연관시켰고 MBN은 청와대 기류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짚었죠.


이처럼 야3당과 문재인 전 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의 ‘선 탄핵론’은 끈질기게 버티는 박근혜의 어깃장과 가짜뉴스 유포로 조직적 방해 작전에 나선 ‘박근혜 지지세력’ 및 새누리당 일부 의원의 행보에서 비롯됐습니다. 특히 JTBC는 지난달 26일 탄핵 반대 집회가 “목욕하고 나오면 5만원씩”, “유모차를 끌고 참석하면 15만 원씩” 지급하면서 ‘관제데모로’ 치러지고 있음을 폭로했고 지난 6일과 7일에는 특검과 JTBC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박사모‧미디어워치 등 단체에 전국경제인연합이 뭉칫돈을 지원한 정황을 고발했죠.


TV조선은 이처럼 조직적이고 불법적인 ‘탄핵 반대 세력’의 방해 공작과 탄핵기각론 유포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죠. 그러더니 오히려 그러한 공작에 대응해 탄핵에 집중하자고 한 야권을 비난했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