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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탄핵 선고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미국 뉴욕타임스(Newyork Times)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의 근간이자 안보의 토대"라면서도 "그 관계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후 뉴욕타임스는 이를 다룬 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문재인 전 대표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노라고 말할 때"라며 비판하자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논란이 된 발언을 직접적으로 한 적은 없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문재인 ‘미국에 No’ 발언, ‘안보관 논란’으로 키우고 싶은 조선일보

- 민주언론시민연합 '오늘 신문보도' 2017. 3. 13


'미국의 요구에 대해 한국이 국익에 따라 거부 의사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수준의 발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한 이번 사안 역시 '헤프닝' 정도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생각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미국에 No' 발언 관련 헤프닝은 그의 '대미·대북관'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죠.


이미지 출처 - 조선일보 홈페이지


실제 "미국에 No 논란… 문재인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2017. 3. 13)에서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인터뷰를 계기로 그의 대미·대북관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미국 언론의 문 후보에 대한 관심은 사드 비판과 개성공단 재개 등에 대해 문 후보가 밝힌 여러 이야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강조한 뒤, 자유당 홍준표 경남지사의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은) 결국 좌파를 결집하려는 반미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발언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이런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는다면 한·미 관계는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발언 등을 전달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가 집권할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의 한·미 갈등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반미면 어떠냐’고 했고 집권 초에 그런 기조를 유지하다가 정부 내에서 ‘동맹파’ ‘자주파’가 충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재차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사안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날 조선일보는 관련 사설까지 내놓았습니다. "사설 / 문 전 대표가 노(No)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2017. 3. 13)에서 조선일보는 “문 전 대표가 설령 ‘노(No)’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동맹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우리 주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마치 미국에 대해 예스(Yes)만 했던 정부가 있었던 듯 말하고 있다. 그런 정부는 없었고 사실 있을 수도 없다. 문 전 대표가 그렇게 비난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중국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우리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줬고 지금도 주고 있는 미국에 대해 이상하게 꼬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주장을 계속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조선일보는 아예 “대한민국 대통령이 단호하게 ‘노’라고 해야 할 문제가 분명히 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북한 동포 인권 말살, 유엔 대북 제재 위반” “우리 주권을 무시하는 중국의 사드 간섭” “일본의 과거사·독도 도발” “미국의 불합리하고 도를 넘은 통상 압박”등을 그런 사례라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곧바로 “그러나 이미 한·미 간 합의를 거쳐 배치·가동의 막바지 단계에 와 있는 사드, ‘최종’이라고 국가 간에 합의·서명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뒤늦게 거부한다면 동맹 갈등과 국제 신뢰 상실이라는 심각한 국익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사드 배치 문제’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노’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이 사설에서도 과거 노무현 정부를 들먹이는 것은 빠지지 않았는데요.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미 자주파’와 ‘한·미 동맹파’로 갈려 서로 싸우다 한·미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켰다”고 평가한 뒤 “문 전 대표는 당선되면 즉각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숨통을 열어줘 바로 유엔 제재 위반 논란이 벌어질 것이고 한·미 간에도 심각한 이견이 노출될 것이다. 김정은이 가장 반길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사설은 “많은 국민은 문 전 대표가 미국을 상대로 ‘노’라고 해선 안 될 것을 ‘노’라고 하고, 북한·중국을 향해선 반대로 ‘노’라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는 ‘충고’로 마무리됩니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는 안된다’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주장 하나로 그야말로 ‘소설’을 잔뜩 써가며, 이 문제를 ‘안보관’ 문제로 키우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조선일보는 아직 대선 주자에 불과한 문재인 전 대표의 발언을 꼬투리 잡는 대신, 지난 박근혜 정부가 ‘노’라고 해야 할 순간 정말로 ‘노’를 했는지, 사드 배치 문제나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가 ‘노라고 해야 하는데 예스를 말해’ 잘못된 사안은 아니었는지 등을 언론으로서 충분히 ‘검증’했는지부터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