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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방송된 TV조선의 "앵커칼럼"에서 나온 "문재인 캠프 인사들은 입이 항문"이란 막말은 TV조선이 왜 폐방되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었습니다.


TV조선, “문재인 캠프 인사들은 입이 항문”

- 민주언론시민연합 '어제 방송뉴스' 2017. 3. 15


본격적인 대선에 돌입하면서 TV조선의 '문재인 때리기'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3월 14일, TV조선은 '문재인 캠프 인사들은 입이 항문'이라는 극언을 퍼부었습니다. TV조선 "앵커칼럼 /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17. 3. 14)에서 윤정호 앵커는 먼저 친문과 비문을 가르는 기준으로 '난닝구와 빽바지'를 제시했습니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친노세력'에 반대하여 "민주계 당원이 러닝셔츠 차림으로 당무회의에 뛰어들어 반대"해 '비문'을 '난닝구'라고 부른다는 겁니다. '친노'가 '빽바지'인 이유는 "친노 유시민 씨가 국회에 등원하면서 흰바지에서 입은 것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심지어 "두 비속어가 상징하는 계보가 친문과 비문으로 이어"졌다면서 스스로도 '비속어'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렇게 '술자리 잡담' 수준의 개념으로 '친노와 비문'을 '갈라치기'한 윤 앵커는 "친노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 거친 말이 '싸가지'", "친노가 버릇없이 퍼부었던 막말"이라며 '문재인 때리기'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 말버릇을 못 버린 건지, 문재인 캠프 인사들 입도 참 가볍"다는 겁니다. '빽바지 친노의 싸가지 말버릇'의 예로 제시한 것은 "노 대통령 서거가 계산된 것"이라는 손혜원 의원 발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 맞아 돌아간 아버지를 반면교사 삼아야 했다"는 한완상 상임고문 발언,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돌려차기"라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발언입니다.


한완상 고문은 박근혜가 탄핵되자 "지난날 자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초헌법적 통치행위로 직속부하에게 총을 맞아 돌아가셨다. 그 아버지가 그랬으면 그걸 반면교사 삼아 대통령직을 잘했어야 이런 불행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타이른 수준인데 TV조선은 '막말'로 교묘히 바꿔놨습니다. 정 전 장관 발언 역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 목함지뢰 도발의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북한의 의도'를 설명한 겁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TV조선의 논리 자체가 조야합니다. '빽바지=친노=막말'이라는 도식 자체가 일부 세력의 근거도 없는 말장난이고 '막말'을 비판한다면서 스스로 '비속어'를 쓰는 행태도 부적절합니다.


에 그치지 않습니다. TV조선은 정세현 전 장관이 주축이 된 한반도평화포럼의 논평도 왜곡해 비난했습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라", "안보-외교 관료들은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비판했는데, 북한이 6차 핵실험 조짐을 보이고 트럼프가 선제타격론을 말하는 '시급한 안보' 상황에서 "앉아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이 나라 모든 공무원을 부역자로 몬 것도 지나치"다고도 했습니다.


이는 한반도평화포럼의 비판 취지를 완전히 비틀어 버린 겁니다. 한반도평화포럼은 "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덧쌓인 적폐는 특히 심각하다. 모든 정책은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졌고, 국민의 의사는 철저히 무시됐다"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관료들이 지금 즉시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더는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모든 공무원을 부역자로 몰지도, 모든 공무원에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박근혜‧황교안이 임명한 관료'들에게 '박근혜 정책'을 멈추라고 요구한 겁니다. TV조선은 이를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황당한 발언으로 바꿔버렸습니다.


△ 친노를 비속어 빽바지로 규정하면서 문재인 캠프 인사를 '머리의 항문'이라 비난한 TV조선, 2017. 3 14


가장 심각한 건 마무리 멘트입니다. 윤 앵커는 "입은 인간을 먹여 살리는 소중한 기관입니다. 하지만 극작가 사뮈엘 베케트가 말했듯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입이 바로 '머리의 항문'입니다"라며 문재인 캠프 인사들을 조롱했습니다. 극작가의 말까지 빌려 고상한 척 말했지만 요지는 '친노'와 문재인 캠프 사람들의 입이 항문과도 같다는 말입니다. 남의 언행을 비판하기엔 TV조선 윤정호 앵커 본인의 왜곡과 막말부터 반성하기 바랍니다.


정책·공약 보도 없이 ‘문재인 캠프 논란’만 5건 보도한 TV조선


TV조선은 이날 비단 "앵커칼럼"에서만 '문재인 때리기'를 선보인 건 아닙니다. TV조선 "더하기 뉴스"(2017. 3. 17)에서는 문재인 캠프의 여성본부장으로 임명된 남인순 의원을 두고 "일부 네티즌들이 남 의원의 페미니즘 성향과 의정 활동에 반감을 표시하며 문 전 대표에 대한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앵커가 "그러니까 남 의원이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라는 건가요?"라고 묻자 기자는 "일부 네티즌들은 남 의원이 '남성 차별주의자', '여성 우월주의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남녀간 성 대결, '여혐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라고 답했습니다. TV조선이 내세우는 '극단적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설명하지도 않을뿐더러 출처 불명의 '일부 네티즌 의견'을 빌미 삼아 남 의원을 공격한 보도입니다.


또 TV조선 "'안보 업무 즉각 중단해야'… 논란"(2017. 3. 17)은 "앵커칼럼"에서도 난도질했던 한반도평화포럼 논평을 또 비난했습니다. 포럼의 입장이 "대한민국을 너무 후진적으로 보시는 것"이라는 겁니다.


TV조선은 이런 식으로 '문재인 캠프 인사 논란'만 무려 5건을 보도했습니다. 정책이나 공약 검증은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검증과 유권자 의제를 내팽개친 채 구설수와 흑색선전만 남발하는 행태가 또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