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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강경화 기획부동산 보도’, 게이트키핑 부실이냐 선정주의냐

-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 모니터>, 2017. 6. 1


가까스로 이낙연 총리의 인준안이 통과되고 서훈 국정원장 임명 절차도 마무리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초기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아직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주요 인사의 청문회가 남아 있어 청와대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도 새 정부의 초기 인선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는데요. 청문회가 없었던 31일, 방송사들의 ‘후보자 검증 보도’도 뜸한 가운데, JTBC의 단독 보도 1건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JTBC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근거와 취재가 매우 부실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31일, 후보자 관련 의혹을 보도한 것은 JTBC와 TV조선뿐인데요. TV조선도 ‘단독’을 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와 관련, 자극적인 의혹을 제기했지만 개연성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기획 부동산’이라면 오히려 강 후보자가 피해자… JTBC도 ‘게이트키핑 부실’?


JTBC <단독 / ‘기획 부동산’ 매입 의혹>(2017. 5. 31)은 강 후보자의 두 딸이 구입한 경남 거제시의 땅이 ‘기획 부동산’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 근거는 “주택이기는 하지만 산을 깎아 만든 땅 위에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 있는 구조”일 뿐이고, 이전 소유자인 임 모 씨가 “임야에서 대지로 바꿔 공시지가를 높였고, 이를 4개로 나눠 분할 매매”했으며, 주변 부동산업자들이 “강 후보자가 땅을 산 뒤 3년 만에 땅 값이 크게 올랐다”고 증언했다는 것입니다.


이 보도가 나오자마자 많은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일단 JTBC가 ‘기획 부동산’의 의미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눈에 띕니다. 1인 미디어 ‘아이엠피터’는 <JTBC의 ‘강경화 기획부동산’과 ‘노무현 초호화 요트’는 닮았다>(2017. 6. 1)에서 “보통 기획부동산은 땅을 수십 필지로 나눠서 판매합니다. 그 땅들이 대부분 맹지나 개발 호재가 없으면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사기를 칩니다”라며, “기획부동산이 문제라면 한 마디로 (강 후보자가) 피해를 본 사람”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강 후보자는 해당 부동산의 ‘판매자’가 아니라 ‘구입자’이므로 ‘농지 등의 땅을 구입해 분할해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기획 부동산 사기’와 애초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엠피터’는 “주변 시세보다 강경화 후보자 가족이 구입한 땅의 공지시가가 높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한 JTBC 주장에도 “전기와 수도를 설치된 대지와 일반 토지는 다릅니다”라면서 ‘임야’보다는 당연히 ‘대지’가 비싸다고 비판했습니다. 임야에서 대지로 바꿔 공시지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기획 부동산’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당연히 공시지가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굳이 따지고 싶었다면 ‘지가 상승’이 아닌 ‘형질 변경 과정에서의 탈법’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는 겁니다. JTBC 보도에 이런 내용은 없습니다.


△ '기획 부동산' 의미 오용 비판 받은 JTBC


이렇게 기본적인 용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보도가 나오자 JTBC 보도부문사장인 손석희 앵커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대선 직전이었던 5월 2일, ‘문재인 후보와 해수부가 거래를 해 세월호 인양이 지연됐다’는 초유의 오보를 냈던 SBS와 상황이 유사하다는 겁니다. SBS도 아무런 권한이 없는 7급 공무원의 ‘떠도는 소문’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죠. 당시 SBS는 하루 만에 사과를 하면서 오보의 이유를 ‘게이트키핑 부실’이라 해명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은 “이번 JTBC 보도의 문제점과 지난 달 2일 SBS 보도의 문제점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 JTBC가 “시민의 신뢰의 무게에 합당한 책임을 기꺼이 감당”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JTBC는 현재 홈페이지 메인 페이지와 공식 SNS계정에서 해당 보도를 삭제해, ‘뉴스룸 다시보기’ 페이지에만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기본적인 취재 과정도 부실…JTBC는 왜


‘기획 부동산’의 의미를 오독했다는 것만이 JTBC 보도의 문제는 아닙니다. 취재 과정과 제반 근거도 매우 부실하다는 지적입니다. JTBC는 차익을 얻기 위한 ‘기획 부동산’임을 부각하기 위해 강 후보자 측이 지은 주택이 “산을 깎아 만든 땅 위에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 있는 구조”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때 자료화면으로 ‘다음 로드뷰’의 해당 건물 캡쳐 사진을 제시했는데요. 보도만 보면 취재진이 직접 현지에 가보지도 않고 포털 검색만으로 보도의 근거를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강 후보자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이 건물의 건축 및 인테리어, 주변 조경 과정을 블로그에 상세히 기록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JTBC가 이른바 ‘노룩 취재’(실제로 보지도 않고 취재를 한다는 의미)로 오류를 범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일병 교수는 강 후보자의 외교부장관 내정 이후 블로그를 폐쇄했지만 다른 누리꾼들이 블로그 게시물을 캡쳐해 인터넷 여기저기에 공개해 놓은 상태입니다. 검색만 하면 건축 도면부터 공사 사진까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즉 ‘기획 부동산 사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극적으로 해당 토지와 건물에 ‘살고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겁니다. ‘아이엠피터’ 역시 “귀촌하면서 땅을 구입해 집을 짓고, 자녀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투기’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투기 목적이었다면 초호화 별장을 짓고 관리인을 뒀을 것”이라며 JTBC를 반박했습니다.


△ '다음 로드뷰'로 근거 제시한 JTBC


이렇듯 JTBC의 단독 보도는 부실한 근거와 취재, 용어 오용이라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외교부 측은 1일, JTBC 보도에 정정 보도를 요청했습니다. 뉴스타파의 최경영 기자는 “전형적인 센세이셔널리즘 값싼 보도의 전형”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보도 다음 날인 1일, 또는 그 이후에라도 JTBC가 사과나 정정 보도를 낼 것인지, 만약 오보임을 인정한다면 그 경위는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TV조선도 부실한 ‘검증 보도’, ‘묻지마 의혹 공세’ 자제해야


부실한 근거로 내각 후보자의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는 태도는 TV조선에서도 엿보였습니다. TV조선 <단독 / ‘인턴 특혜 의혹’ 아들, 두 달만 근무>(2017. 5. 31)는 “김상조 후보자의 아들이 금융사 두 곳의 인턴으로 잇달아 뽑히는 과정에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특혜’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없습니다.


TV조선이 제시한 근거는 김 후보자의 아들이 지난해 여름 “외부 공고 없이 내부추천으로 진행된 BNP파리바 인턴십”에 합격했는데, “당시 학점은 4.3 만점에 2.81로 외국계 금융사 인턴 중에선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점, “인턴 모집 요강을 보면 근무기간이 5개월이었지만, 김 후보자의 아들은 7월과 8월 두달만 근무”했다는 점이 전부입니다.


TV조선은 여기다 “김 후보자는 2013년 BNP 파리바에서 156만 원를 받고 강연을 한 적이 있”다면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는데도 마치 강연을 해주고 특혜를 받은 것처럼 암시했습니다. 즉 금융사 측이 제시한 근무기간보다 짧게 근무했고 성적이 비교적 낮다는 이유만으로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요. 김상조 후보자의 외압이나 대가 제공과 같이 ‘특혜 의혹’을 직접 증명할 만한 근거는 없는 셈입니다.


△ 부실한 근거로 '특혜 채용 의혹' 제기한 TV조선


또한 김상조 후보자의 아들이 연세대학교 수학과 출신으로서 해당 학력으로 금융사 인턴에 합격하는 일은 이례적인 것이 아니며, 지난해 김상조 후보자는 시민운동에 몸담은 교수로서 특혜를 요구하거나 받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김상조 후보자는 “아들의 인턴십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반론의 여부를 떠나 ‘특혜 채용’이라는 민감한 의혹을 제기할 때는 정황과 의심만으로 보도를 해서는 안 됩니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만 보도해야 하며 이는 보도 윤리의 기본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