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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고, 머리에는 교모를 쓰고 다녔던 중학시절. 그 때의 학급 친구들은 대부분 머리에 각질이나 비듬을 안고 살았다. 짧은 빡빡머리인지라 머리 감을 때도 건성으로 한 것도 이유려니와 교모를 쓰고 다녔던 관계로 머리에 통풍이 잘 되지 않아서였을지도 모른다.

이십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머리에 있는 각질과 비듬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매일 아침마다 머리를 감아도 두피가 약한 탓도 있겠지만 머리카락에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저녁 나절까지 그 시원함을 유지시킬 수 없다. 직장 내에서 이런 머리 상태는 항상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으며 심한 경우에는 스트레스로 이어져 탈모까지 진행되기 일쑤다.

아내 역시 모발 상태가 좋지 않아 항상 함께 고민했었다. 최근에는 한방 샴푸에 대한 관심도 많아 이것 저것 좋다는 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샘플을 얻어서라도 사용을 해보고 있다.

싸리나무. 옛부터 싸리나무는 그 효능이 많아 일반 식재료에서부터 약재에 이르기까지 쓰임이 많았던 나무다. 특히 두통에 효과적이라 하여 싸리나무의 씨나 열매, 나무뿌리까지 오랫동안 애용해 왔다.




그 싸리나무로 만든 샴푸를 체험해볼 수 있는 있는 기회가 생겨 아내에게 사용해보기를 권했다. 시큰둥하던 반응을 보이길래 이름난 미용실에서 그것도 단골고객에게만 사용하는 아주 좋은 제품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대번에 사용을 해보겠다면서 욕실로 뛰어들었다.

"와... 이거 완전히 한약같아"

갈색 톤의 질척한 샴푸액을 손에 담아 내밀며 말하길래 냄새를 한번 맡아보았다. 무슨 향이라고 해야 할까? 캬라멜 같은 단 냄새와 함께 피리로 만들어 불었을 때를 회상케 하는 버드나무향도 나는 것 같다. 인공적으로 만든 향에 익숙해 있던 후각에 무겁고도 진중하게 전해오는 깊은 향기를 맡은 기분이다.

샴푸를 하는 동안 욕실에 은은히 퍼져 흐르는 이 향기가 너무 좋다. 가볍게 두피를 마사지해 가면서 샴푸를 끝낸 아내가 머리를 말리고 있는 동안 아내 주변에서 나는 향기도 너무 좋다.

아직도 십대 여학생처럼 가끔 얼굴에 돋는 여드름에 신경을 많이 쓰는 아내의 경우에는 두피에도 가끔 여드름이 돋는다고 한다. 멋모르고 머리를 감다가 그 여드름을 건드리기라도 할 때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프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품 만큼이나 샴푸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아내가 모처럼 시원하고 게운한 샴푸를 했다고 즐거워 한다.

머릿결이 곱고 두피 건강이 좋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 바로 샴푸의 즐거움이다. 나 역시 최근까지 샴푸를 하고나도 점심시간만 넘어가면 기름기가 비치고 가려워지기 때문에 샴푸가 결코 즐겁지 않았다. 가끔 비듬이 유난히 많이 날리는 날이라도 있으면 그 다음 날의 샴푸는 전쟁이다. 마사지 하듯 부드럽게 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아프지 않을 정도까지 빡빡 문질러 버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런 행동이 내게만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내만 해도 나와 같은 경우니까 말이다.

첫 느낌이 좋다고 하니 한 번 두고 볼 일이다.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되는 이 싸리나무 향기처럼 그 좋은 느낌이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