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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

아이들과 밤 시간을 이용해 중문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나쳐 가야하는 대형 호프집 파라솔에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 두 분이 우리 아이들을 불러 따뜻한 백설기를 건네주신 적이 있었다. 어디서 안면이 있었나 싶어 생각을 더듬어 보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아주머니들인지라 고마운 마음을 가졌던 곳.

우연히 어제는 늦은 시간에 그곳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할 기회가 생겨 차분히 실내를 살펴보았더니 세상에 맥주 500cc 한잔에 1,900원이란다. 그래, 1,900원짜리 맥주 맛은 어떨까 싶어 훈제치킨과 함께 주문을 했더니 진짜로 맥주 맛이 난다. 물을 섞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왜 이리 싸게 팔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 호프집이 있는 자리는 채 서너 달을 버티지 못하고 망해버리고 마는 풍수지리적으로 안 좋아 보이는 곳이다. 지금껏 몇 차례나 가게 간판을 바꿔 영업을 하는지 일일이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이니... 놀이터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고깃집 먹자골목과 맞짱을 뜨겠다고 나섰던 항정살 위주의 고깃집에서부터 가장 최근에는 2,900원짜리 뷔페식 점심식사로 영업을 했었지만 모두 서너 달을 넘기지 못한 채 1,900원짜리 호프집에게 바통을 넘긴 것이다.

무조건 싸게만 판다고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게를 여는 주인 입장에서는 그나마 그 방법이 가장 수월해 보이기는 하겠지. 충북대학교 학생들이 많은 원룸텔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니 얼핏 생각해보면 영업이 될 것도 같아 보였겠지. 그러나 놀이터 건너편에 위치하고 있는 고깃집은 식사를 하는 사람, 고기를 먹는 사람, 소주와 청하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로 넘쳐나 아예 난장판을 이루고 있는데 이곳 호프집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왜 손님이 없는 것일까? 어떻게 영업을 하고 있길래 이렇게 장사가 안되는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냥 가게만 열어놓고 손님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지나 않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행사나 홍보활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니 학생회나 동아리에 단체할인 쿠폰을 제공한다든지 블로그나
카페에 가게를 홍보하는 글을 올리게 하여 글을 작성한 손님들에게는 안주를 무료로 제공한다는지. 앞 뒤로 지천에 깔려 있는 피씨방이나 노래방 카운터에 생맥주 무료 쿠폰을 진열해 놓는다든지... 뭐 생각해 보면 방법이야 많을 것이고, 그런 활동을 하는 것이 그냥 몇 달 동안 자리보존하다가 다 말아먹고 손터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가장 비싼 안주가 12,900원으로 6,900원으로 시작하는 모든 안주 가격이 900원 단위로 끊어지는 이른 바 숫자마케팅까지는 적용하고 있지만 손님의 발길을 끌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개강을 할텐데 그 전에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어제 먹어본 1,900짜리 호프는 다른 집 맥주와 질과 양과 맛에서 차이가 나지 않는 진짜 호프가 맞다. 그런데 앞서 사라진 간판과 마찬가지로 이 호프집도 역시 오래 가지는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