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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의 집에 사는 두딸은 14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로 곧잘 다투곤 합니다. 그런 두딸을 보고 있으면 싸우는 데에도 방법이 있더군요. 서로 끔찍하게 챙겨주고 아껴주면서도 몇 가지에 있어서만큼은 양보가 없답니다. 그런 모습이 하루 이틀 정도 눈에 들어왔었는데 미리 예상을 하고 나서 보게 되니 확연히 느끼겠더랍니다. 자매 사이에 다툼이 있는 가정이 불탄의 집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기에 한번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예쁜 드레스 쟁탈전


큰딸과 작은딸의 키 차이는 제법 나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옷은 같이 입는 처지가 되는 관계로 서로 예쁜 옷을 입으려 아침마다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아빠, 엄마의 중재가 없다면 아마 하루종일 그렇게 싸우지 않을까 싶더군요.

처음 옷을 살 때야 각자의 옷이 따로 정해져 있겠으나 한두번의 세탁 이후에는 먼저 집는 아이의 몫이 되기가 일쑤더랍니다. 말려도 보았습니다만 언니의 눈에는 동생의 옷이, 동생의 눈에는 언니의 옷이 더 예뻐보이는지 서로 먼저 입으려 난리가 나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발만큼은 사이즈가 정확히 10mm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언니 것과 동생 것이 확연히 구분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신발까지 같이 신어서 그 또한 다툼의 대상이 된다면......? 정말 끔찍할 것 같습니다.


둘째, 세면대 쟁탈전


학교와 유치원에 갈 때 입을 옷이 정해지고 나면 다툼라운드 2차전이 시작됩니다.

바쁜 아침시간에 아이들이 따로따로 씻게 되면 많은 시간을 욕실에서 헛되이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함께 들어가서 씻으라고 시키지요.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순차적으로 씻게끔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보통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한 아이가 양치를 하면 다른 아이가 세면을 하고, 또 그걸 마치면 서로 위치를 바꿔서 하면 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더랍니다. 양치를 할 때도 세면대를 다 차지하고자 하는 욕심 때문이지요. 엄마의 호통소리가 한번 나야지만 서로 양보하는 척을 하면서 겨우 씻는 것을 마칠 수 있더랍니다.


셋째, 가끔 아이들을 데리러 갈 때 가져가는 간식 쟁탈전


큰딸의 방과후 학습과 작은딸의 유치원 종일반은 각각 오후 4시 50분과 5시에 끝마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끝나는 큰딸이 작은딸의 유치원으로 향하게 되지요. 작은딸의 유치원이 같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이다보니 한 학교에 같이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밥양이 적은 아이들이 쉽게 배고파하기 때문에 집까지 오는 그 짧은 시간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야외학습이 있는 날이 바로 그런 날입니다. 그럴 때는 아이들 할머니나 불탄, 불탄의 아내가 번갈아가면서 아이들을 데리러 갑니다. 물론 손에는 아주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우유나 주스가 들려있지요.

집에서는 절대로 먹지 않거나, 살살 도망치기 바쁜 이 간식거리가 학교에서와 같이 바깥에서는 아이들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서로 더 먹겠다고 하던지 아니면 서로 자기 것까지 먹으라고 미루는 경우입니다. 물론 서로 미루는 경우에는 어른이 수거하여 집으로 가져오면 되겠습니다만 서로 먹겠다고 할 때가 문제지요.


언니! 이건 내 꼬양. 그만 먹어~



어휴~ 다행이다. 언니가 다 먹는 줄 알았네.



언니가 먹던 빨대는 어떡하지?



우유를 먹으면서도 사진 찍을 땐 V를 해주는 센스 ~~



요즘엔 한국야쿠르트에서 나온 '하루우유'를 서로 더 먹겠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성장프로젝트 180'이란 문구에서 키 크는 우유라는 필이 팍 꽂히면서부터 조금이라도 빨리, 더 크고 싶은 아이들의 욕심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루우유가 좋다는 건 보통 200ml의 우유보다 20ml가 적은 용량이면서도 우유 15개에 해당하는 본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본펩은 뼈성장을 촉진하는 성분이라네요. 그리고 위 사진에서처럼 따로 빨대를 꼽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편리하다는 거지요. ^^


넷째, 컴퓨터 사용 쟁탈전


저녁을 먹기 전과 후를 나눠 큰딸과 작은딸의 컴퓨터 사용시간을 각각 30분씩 정해줬지만 아이들에게는 30분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나봅니다.

요즘 들어 큰딸은 블로그에 맛을 들였고, 작은딸은 키즈짱에서 퀘스트를 받아 미션을 처리함으로써 레벨이 업그레이드 되는 성장형 롤플레잉 게임에 빠져있습니다. 더군다나 큰딸이 블로그를 하면서 아이디를 가지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걸 본 작은딸도 키즈짱 게임을 위해서라도 아이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계속 조르더랍니다. 결국 다음 아이디를 만들어줬지요. 작은딸이 게임을 하면서 채팅창을 통해 친구맺기나 대화를 시도하는 걸 보고나서야 걱정이 앞서더군요.

어쨌든 큰딸은 블로그를 하면서 포스팅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하소연하고, 작은딸은 게임을 하면서 마치지 못한 미션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그러니 서로 자기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언니는 동생의 시간을, 동생은 언니의 시간을 할애받기 위한 다툼이 생기는 거지요. 뭔가, 다시 정리를 해야 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더랍니다.


이외에도 몇가지 더 다툼을 야기시키는 상황은 있겠지만 그건 매일같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거나 한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너무나 다행스러운 것은 할머니나 엄마, 아빠에게 누가 혼이 나면 서로 토닥이며 달래주고, 뭐 하나 먹을 거라도 건네주려 하면 자기들이 먹기 전에 꼭 언니나 동생 것부터 챙겨놓고 먹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짠해질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이웃님들! 이웃님들의 가정에서는 어떠신가요? 이렇게 다투면서 크는 게 자연스러운 거겠죠?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