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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의 청정 원재료 생산지를 내세운 지역실명제 마케팅이 뜨겁습니다. 먹거리 안전이 화두가 되면서 제품의 원재료가 어디 것인지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음료업계는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지역실명제 마케팅에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지역실명제 마케팅은 크게 보면 원산지 표시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원산지 표시가 주로 한국산이냐, 외국산이냐를 구분하는 정도에 그쳤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역실명제는 ‘한국산’, ‘호주산’, ‘중국산’ 수준의 원산지 표시가 아닙니다. 국유림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평창에서 생산하는 물, 강원도 홍천지역 쌀로 지은 즉석밥, 보성에서 재배하는 녹차 잎을 이용한 녹차, 질 좋은 풀이 자라는 호주 태즈메이니아에서 키운 쇠고기 등 한국의 어디, 호주의 어느 지역인지를 구체적으로 표시합니다.

또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좋은 원산지 재료를 활용하기 위해 원재료를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내세워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원산지 이름을 브랜드 네이밍에 넣기까지 하는 추세입니다.


원산지, 구체적으로 밝힐수록 뜬다


원재료가 생산되는 지역명을 구체적으로 표시하는 것은 물론 이를 강조하는 지역실명제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식음료업계입니다. 식음료 시장에서 ‘유기농’, ‘청정’, ‘신선’ 등의 트렌드가 강세이다 보니 이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실명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막연히 한국산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서 나는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야 소비자들이 믿고 고를 수 있고, 지역명도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합니다.

원산지 마케팅을 가장 먼저 활용한 것은 생수시장으로, 일화의 ‘초정리 광천수’와 농심의 ‘제주 삼다수’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특히 ‘제주 삼다수’의 경우 청정한 이미지의 제주를 강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 약 5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제주 삼다수의 지역실명제 마케팅 성공사례가 영향을 미쳐 생수업체들은 이후에도 너 나 할 것 없이 대부분 특정 지역의 원수를 이용한다는 지역 부각 마케팅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생수의 경우 소비자들이 수원지가 어디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밝히는 마케팅이 제품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합니다. 실제 수원지의 구체적인 지역명을 강조한 마케팅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수인 ‘에비앙’도 광천수로 유명한 알프스 기슭의 에비앙레뱅이라는 지역 이름에서 제품명을 따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생수 시장은 예전부터 지역실명제 마케팅을 실시해 왔으며, 지금도 변함없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0월에 출시한 해태음료의 ‘강원 평창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원 평창수’는 60만평 국유림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평창의 지하 200m 이상 깊은 곳 지하 암반수를 원수로 하는 샘물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브랜드명도 지역명을 그대로 살릴 만큼 지역을 전면에 내세웠으며, TV 광고에서는 ‘강원도 평창군 진조리 산 139번지’라는 자막까지 노출시킬 정도로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평창은 물이 깨끗하고 물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지역을 정확하게 표시했으며, 브랜드명 하나만으로도 수원지가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으므로 소비자들이 믿고 마실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전략을 구사했다고 합니다.


지역명을 브랜드명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


유명 산지나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지역을 부각시키는 지역실명제 마케팅은 갈수록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자사 제품의 품질과 이미지를 높이는 특정 지역을 내세우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강원 평창수’처럼 지역 이름을 아예 제품 이름으로 하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우유의 ‘철원 청정 목장 이야기’와 매일유업의 유기농 우유 ‘매일 상하목장’도 같은 경우입니다. ‘철원 청정 목장 이야기’는 철원의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낙농가만의 우유를 집유해 만든 제품임을 강조하기 위해 철원이라는 지역명을 제품에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매일 상하목장’ 역시 비옥한 황토와 깨끗한 물, 해풍 등 유기농을 위한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춘 전라도 고창군 상하면의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역명을 제품명에 넣었습니다.

수입 쇠고기 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호주축산공사는 막연한 ‘호주산’이 아니라 호주의 특정 지역을 브랜드명으로 이용한 ‘태즈메이니아 호주산 쇠고기’를 선보였습니다. 태즈메이니아는 호주 내에서도 날씨가 좋아 품질이 우수한 풀이 많이 자라나는 지역인데, 이곳에서 키운 소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역명을 제품에 도입했다고 합니다.

대상의 ‘청정원 순창 고추장’도 지역명을 제품명으로 해 시장을 석권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입니다. 전라북도 순창은 예로부터 장 발효에 적당한 기후 조건을 갖췄고, 물이 맑다고 소문나 이곳의 고추장은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러한 이미지를 제품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지역명을 브랜드명으로 활용했습니다.

동원F&B도 녹차로 유명한 보성 지역의 이미지를 제품과 연계하기 위해 원산지명을 브랜드 네이밍에 활용했습니다. ‘보성녹차’로 이름 지어진 이 제품은 녹차 특산단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서 재배한 녹차 잎을 원재료로 한 음료입니다. 1990년대 중후반에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 ‘보성녹차’는 지금도 지역 실명제 마케팅의 교과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브랜드 ‘설록’도 제주도 한라산의 맑은 기운을 받고 자란 어린잎 녹차만을 사용한 녹차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원산지명인 제주도 한라산을 제품명에 활용, ‘설록 한라’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도 원산지명 내세워 소비자 신뢰 확보


원재료가 생산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표기하거나 이러한 전략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은 여러 가지로 효율적입니다. 제품과 관련된 특정 지역의 이미지를 제품명이나 패키지, 홍보 정책 등에 활용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특정 지역의 우수한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역실명제 마케팅은 중소기업에 매우 유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은 대부분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인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없기도 하려니와 인지도도 낮아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실명제 마케팅을 활용하는 경우 이런 점을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먹거리의 경우 안전이 최고의 화두이기 때문에 제품의 주재료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주면 ‘중소기업 제품’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최근 원산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며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 전통주 제조업체인 배다리 술도가는 신세계백화점과 공동으로 가을에 추수한 유기농 인증 고양시 햅쌀 100%로 만든 막걸리라는 것을 강조한 막걸리 ‘누보’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웰빙 전통주로 인기를 모으며 최고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막걸리가 대부분 수입쌀로 만들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고양시 햅쌀 100%라는 점을 내세운 덕에 배다리 술도가는 지난해 11월 한 달에만 5,300병이 팔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의 기네스’에 올랐을 정도라고 합니다. 와인이 구체적인 원산지를 표시하듯 막걸리 재료인 쌀의 생산지를 정확하게 밝힘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다른 제품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주고, 믿을 만한 제품이라는 신뢰까지 안겨줘 판매 확대로 이어진 것입니다.

양양 민속도가의 양양 송이주도 지역 실명제 마케팅 덕을 톡톡히 본 경우입니다. 자연산 송이로 유명한 강원도 양양에서 채취한 자연산 송이를 이용한 전통주임을 부각시켜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 공식 주류로도 선정되는가 하면 35억 원 어치의 수출 실적도 올렸습니다.

(주)석하상사 역시 지역 실명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중소기업입니다. 제품명을 ‘기장 바다에서 아침에 건져 올린 미역’이라고 하는 등 미역과 다시마로 유명한 부산 기장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건강에 대한 욕구로 지역 실명제 마케팅 가속화될 듯


정부에서도 김, 미역, 멸치, 넙치 등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감을 확보하기 위해 수산물이력제(Seafood Traceability System)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어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 수산물의 생산지 및 가공ㆍ유통 정보 등의 이력 정보를 기록ㆍ관리하여 소비자에게 공개함으로써 수산물을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입니다. 즉 수산물의 난(卵) 채취와 구입 장소, 유통 방법 등 수산물이 어장에서 생산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 논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건강에 대한 욕구가 강조되는 만큼 지역실명제 마케팅이 식품 시장의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유기농ㆍ신선ㆍ친환경ㆍ청정 등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고,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고품질, 청정성을 담보하는 원산지명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소비자에게 신뢰감을 안겨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의미입니다.

실제 구체적인 원산지가 어디인지 깐깐하게 따지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어, 일부 업계에서는 아예 원재료와 관련해 품질이 우수한 전문 지역으로 알려진 곳과 대규모 구매 계약을 맺는가 하면, 사전 계약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 특산물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특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에 근거지를 두고 있다면, 지역실명제 마케팅을 활용하는 것이 한결 수월합니다. 지역 이미지도 높일 수 있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므로 지자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산지 실명제와 관련한 외국의 이색 마케팅


원산지 경로 추적제 호주의 조미료 전문기업인 비어렌버그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프로비넌스 패스웨이(Provenance Pathway, 원산지 경로 추적제)’라는 툴을 구축했습니다.





고객이 비어렌버그 제품을 구입한 뒤 여기에 제품 바코드와 유통기한을 입력하면 제품을 만든 사람, 생산지 등의 정보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글어스를 통해 제품의 주원료를 재배한 농장의 위치와 사진까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라는 게 기업 측 설명입니다.

원산지 차별 마케팅 같은 회사에서 나오는 동일한 제품이더라도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원산지에 따라 판매 가격을 달리하는 마케팅입니다. 이는 현재 의료기기업체, 자동차 및 전자 부품업체 등의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고품질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업나라 참조]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