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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입김에 살얼음은 내리고



또 다시 시야에서는 희뿌옇게 채색된 계절은
흐리고 엉성한 기지개를 힘겨이 켜고
몸 한 쪽 무신경한 떨림이 일기라도 할라치면
애써 입김 불어가며 뽀드득하니 외창을 닦는다


그토록이나 굴절된 모습이었을까
골목에 모인 대 여섯 아이들은 저마다 쪼그려 앉아
무언지 모를 그림을 그리고 키득거린다


기억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 가노라면
동네 어귀 입구에서 어스름녘 될 때까지
보리밥 앉혀놓고 기다리시는 할머니는 아랑곳없이
그저 새총이나 만들던 날 닮은 꼬마의 볼만 발그레하다


오늘처럼 시린 입김에 살얼음 얼면
아스라한 기억 저 편으로 나를 던진 채
아리도록 아팠던 그녀를 그린다
사랑, 그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차를 마시며


- 060804.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