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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새 신을 신고







태어나 열 여섯 달 이르도록
애오라지 맨발만을 고집터니
이제서야 네 녀석이 신 한 켤레 얻었구나


낯설기만 한 처음이 뉘라서 없으랴
궁둥이 쭉 빼고 엉거주춤 서 있는 모양이
영락없이 물오리와 같음이고
애타게 걸음 재촉하는 아빠의 바람은
얼음땡된 아이의 눈에서만 깜빡일 뿐


신발 없인 한달음에 온 마루를 헤집더니
처음으로 발에 맞춘 신에는 꼼짝도 못함이야 
겨우 한 발자국 주저주저 내딛지만
크게 들리는 뾱뾱이 소리에 놀라 울먹이는 수밖에


그래 아이야
소리에 놀랐으니 그것부터 손봐야지
밑창 언저리의 뿔피리부터 뽑자꾸나
됐다 아이야
소리 귀신 없앴으니 다시 놀라진 않을 게다


두 걸음 쯤 앞에다 아이를 세워 두고
두 팔 벌린 아빠가 또다시 손바닥 소리로 유혹하면
어서 품에 안기고픈 아이의 발 움직임은
삐죽이는 입모양 따라 아둥이랑 바둥이라


난생 처음 새 신을 신고
마루에서 세상으로 나온 아이의 발걸음이
한 걸음씩 두 걸음씩 빨라지더니
언제부턴가 맨발로 내달리는 달음질을 빼박음이야


- 120322.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