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세밑의 마지막날,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하나의 사안에 대한 물밑 작업의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바로 보도전문방송채널과 종합편성방송채널로 어떤 매체를 선정했는지를 발표했던 것이죠.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던 터이지만 그래도 의외로 많은 매체를 복수로 선정했던 탓인지 신년 벽두부터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선정된 매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보도전문 방송채널에는 연합뉴스, 그리고 종합편성 방송채널에는 조중동+매경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집권여당의 대변인이나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그들 매체 중 어느 한 곳도 서운하게 하지 않겠다는 고심의 결과가 아닐런지요.

종편사업자라는 의미는 막강한 힘을 상징하는데 있을 겁니다. 얼핏 보기만 해도 지상파 방송과의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허니 기본을 다져놓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파 방송 3사 이외에 그와 비슷한 파워를 가지는 채널을 한꺼번에 너댓 개까지 추가로 선정을 해버렸으니 어찌 논란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마치 지난 연말의 MBC연기대상에서 연기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두 여배우의 밋밋한 수상소감을 보아야만 했던 것처럼 이번 종편사업자의 선정결과 역시 정작 선정된 매체로서는 종편사업자의 파워나 위상을 한껏 드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보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쟁에 두려움이 앞서지 않았을까요?

허나 그런 예상을 마치 알고 있었는 듯 아니, 이미 다음에 진행될 포석과 수순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매체들은 하나씩 입을 열고 있습니다. 종편사업자로 선정을 해 놨으니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죠. 앞으로 있을 특혜성 지원이라는 논란도 충분히 감수하겠다는 자세까지 보이면서.


조선일보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하고 있는 내용을 축약해 보자면, 기존의 지상파 방송 3개사는 물론이요 이번에 새롭게 선정된 4개사와도 종편사업자로서 피할 수 없는 경쟁이 예상되느니 만큼 특정한 광고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종편사업자에게만 적용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동아일보는 방통위에다 어떤 주장을 하고 있을까요?


동아일보는 종편 채널의 등장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종편사업자로 하여금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허나 다수의 종편사업자 선정은 국내 미디어 시장의 과열경쟁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종편 선정사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죠. 종편사업자에 대한 채널번호 우선 지정이라든가 공간을 달리하는 사설 기고를 통해 광고수익까지 언급하면서 말입니다.

여타의 매체들은 이들 종편사업자에 대한 정부와 방통위의 다음 행보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을 겁니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서도 이들 종편사업자들이 앞으로의 수익을 위해 어떤 채널을 운영하고, 어떤 콘텐츠를 양산해 나가게 될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난무하는 개념없는 채널의 밥그릇을 채워주기 위해 꼬박꼬박 세금이 쓰이게 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저 불탄에게만 적용되는 기우일까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