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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 너무나도 익숙하게 들어왔던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는 '몰래제보꾼'이나 '몰래찰칵꾼'으로 순화해서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파파라치'가 어떤 것에 대하여 제보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거기에 '몰래'라고 하는 단서가 붙었으니 그 일이 다소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된다는 것도.

체면을 중시하거나 밥줄(?)의 경계를 피하기 위해서 겉으로 드러내지만 않고 있을 뿐이지 우리 주변에도 이 일을 전업으로 하는 프리랜서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의 동창이나 친지, 지인 중에도 한두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

불탄은 외국의 사례에서 처음 이 '파파라치'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것도 헐리우드 스타나 스포츠 스타, 각계의 저명인사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엿보다가 흥미거리가 될만한 장면을 도촬을 해서 신문사나 잡지사 등에다 팔아먹는 사람 정도로.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도 '파파라치'가 공식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자체나 기업, 목적단체들이 지역주민과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신고포상제도'라는 걸 운영하면서부터일 게다.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소일거리나 투잡의 개념으로 발전했을 거다. 그러다 지금은 이 일에 목숨 거는 '제보 전문 사냥꾼'이 발생하게 된 거겠지.

이들이 다루는 사건은 모두 제각각이다.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굳이 접목시키지 않더라도 자신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경험적으로 많이 접해본 분야에 집중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거다. 어쩌면 기업으로 하여금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블랙슈머'도 '파파라치'의 변종인자가 아닐까?

어쨌든 전직 경찰이나 공무원은 물론이요, 변호·법무·세무사무실 등의 사무장, 주부, 학생, 건설 전문기자들까지 나서서 '일반인 파파라치'들로서는 갖지 못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교적 높게 책정되어 있는 포상금을 타먹고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오전, 네이버 메인의 뉴스박스에도 '파파라치'에 대한 기사가 걸려 있었다. “잘하면 월수입 수억…” 파파라치 학원 성업 이란 타이틀 밑에는 '전국 수십여곳 우후죽순… 경찰·공무원 수강생도 있어'라는 소제목을 붙여 놓았으니......

우리나라에서 '신고포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의 수효가 무려 336개나 된다고 한다.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도 많게는 한달에 수억 원이나 된단다. 게다가 이 계통에서 제법 명성(?)을 날리고 있는 '파파라치'에게 강의를 맡겨 제2, 제3의 파파라치를 양성하고 있는 학원의 수효도 30개가 넘는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어느 학원은 이틀간의 집중강의와 현장실습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수강료로 
25만 원을 받고 있다는데, 이를 배우려는 사람들로 강의실이 넘쳐난다나 어쩐다나.

혹시 하는 마음으로 네이버 검색창에다 '파파라치'라는 검색어를 넣어보았다. '햐~ 내가 세상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구나!'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파파라치'를 전문 업(業)으로 하는 기업, '파파라치'에게 필요한 장비를 판매하는 업체, 심지어 '파파라치폰'을 판매하는 업체의 리스트가 페이지를 가득 메우고 있었음에야.


이 정도면 가히 새로운 업종전쟁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어쩌면 '파파라치'라는 걸 이젠 더 이상 숨어서 하는 음지의 일이 아니라 고소득을 보장 받는 전문직으로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도통 모르겠다. 어지럽기만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만 가득했다. 가뜩이나 안면통 때문에 지끈거리던 머리가 쑤셔오기 시직했고, 이미 충혈되어 있는 왼쪽 눈알에는 핏발까지 덧씌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모르는 게 많아서 그런 거겠지. 그렇게 많은 포상금을 받기 위해 그들 '파파라치들'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을 테니까. 그저 막연히 짐장 정도나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니까. 앞에 링크해 놓은 기사에서처럼 오죽하면 용변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포상금을 받기 위해 오늘도 학파라치들은 밤 열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학원 좌변기에 엉덩이를 까고 앉아 결정적인 증거사진 찍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을까마는.
 
지금이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팍팍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많이들 힘들어하고 있을 게다. 그러니 불법의 사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이 부지런을 얼마나 떠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이와 같은 수익처에 미친 듯이 모여드는 거겠지. 합법과 불법의 미묘한 경계에서, 진실과 함정이 교차하는 모호한 상황에서, '파파라치'라고 하는 이 신종 프리랜서의 지위가 어찌 변해가게 될지 지금은 잠자코 지켜볼 일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