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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은 청주인데도 온통 서울에 신경을 쓰고 있는 요즘이다. 바로 주민투표, 오세훈 사퇴, 곽 교육감 의혹사건, 서울시장 재보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도 안타깝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게 내년에는 행정수도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일로 확산될 터이니까.
 
결론적으로 지금 불탄의 마음은 참담하다는 거다. 서울시민이 정치권에 보내고 있는 싸늘한 시선과 묵언의 심판을 아직도 그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건지......

온갖 정치배설물을 토악질이 나오도록 싸질러놓은 오세훈은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거는 아주 합법적인 방법으로 도망을 쳤다. 아마도 서울시 수반으로서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벅찼을 테고, 그 해방구를 주민투표에서 찾았을 테지. 투표결과에 시장직을 걸었으니 만약 주민투표에 패배한다면 합법적인 도망이 가능할 테고, 만에 하나라도 이기기라도 한다면 핵폭풍급 잭팟을 터뜨리며 박근혜까지 찍어낼 수 있는 황금키를 거머쥘 수 있을 테니까.

지건 이기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분명히 많아 보였을 거다. 그러니 오세훈의 입장에서는 그 좋은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었을 거다. 게다가 여·야가 준비하고 있던 자신에 대한 공세를 '즉시 사퇴'라는 조커를 사용해서 한꺼번에 날려버리기까지 했으니 시원·통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세훈의 즉시 사퇴는 여·야 모두에게 아쉬웠을 거다. 만약 오세훈이 시장직 사퇴를 번복하거나 지루하게 끌고 갔다면 야권에서는 두고두고 우려먹으며 여권을 공격할 수 있는 '소꼬리 사골'이 될 수도 있었을 덴데 불도 지펴보지 못하고 쏟아버린 형국이 되었으니...... 반대로 여권에서는 당론을 무시하고 철저히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오세훈을 '이왕 버린 패'로 간주하고 부산저축은행, 한미 FTA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사건의 화살받이 병풍으로 사용해먹기 딱 좋았을 텐데.

허나 오세훈은 본인의 이미지만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놓고 냅다 튀어버렸다. 그러니 여·야 모두 뒤통수 한방 제대로 맞은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오세훈의 뒤에서 사태를 가늠하고, 어드바이스를 해주고 있을 정치9단의 그 '누군가'가 과연 누구인지 정말로 궁금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곽 교육감의 경우는 어떤가? 그냥 실망스럽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진보와 보수(라고 쓰고 '그밥에 그나물'이라고 읽는다)로 나뉘어 진창에서 벌이고 있는 떼싸움이 너무나도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여권은 철저히 언론을 이용했다. 검찰 역시 법까지 어겨가며 수시로 떡밥이나 되는 것처럼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정권의 나팔수 언론매체들은 스스로의 긍지를 포기한 채 가상의 시나리오까지 덧붙여가며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을 배설해 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도리도리 짝짜궁' 만큼이나 재밌게 보이지만 실상은 서슬 퍼런 비수를 숨긴 '짬짜미'였던 거다.

야권 역시 처음에는 곧장 응전태세를 갖추는 듯 했다. 허나 얼마 가지 못했다. 곽 교육감이 선의로 2억 원을 건넸다는 기자회견 시간을 기점으로 그 이후부터는 열심히 주판알도 튕겨보고, 계산기도 두들겨보며 손익을 따지는데 혈안이 돼 있었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땐 진보진영의 논객들이나 시민들의 반응에 맞춰 수시로 견적서를 바꿔 뽑았다. 철저히 제 밥그릇 챙기에만 급급해 보이는 모습이었던 거다.


여·야 그리고 보수와 진보의 싸움은 영락 없는 이전투구였다. 애초부터 개인의 선(善)이나 인권은 도무지 관심조차 없고, 파벌이나 당파의 이기·이익만이 최대선(最高善)이라도 되는 양 물어뜯고 있으니 말이다.

언제나 바뀔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만 바뀔 수 있는 걸까? 정말이지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희망하고 기대한다는 게 그렇게나 요원한 일인 걸까? 마냥 포기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인데, 바로 우리가 이 땅을 살아가는 국민인데 말이다.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그런 대한민국을 이렇게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간절히 염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