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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년생인 둘째 딸이 휴대폰을 잃어버린지도 벌써 50일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딸아이의 휴대폰은 분실신고만 되어 있는 상태였는데, 여름방학 이틀 전 쯤 학교 도서관에서 잃어버렸던 그 휴대폰을 다행히 오늘 찾아냈다고 한다.

얼마나 기뻤을까? 아마도 둘째 딸은 같은 학교 한 학년 터울인 언니와 함께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갔을 거다. 그리고 오늘 아침 엄마가 일러줬던 것처럼 사서선생님께 분실한 휴대폰에 대해 문의를 했었을 테고. 어쩌면 도서관에 가기 전 학교내 습득물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2학년 3반 교실을 먼저 들렀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둘째 딸은 오늘 도서관에서 50일 전에 잃어버렸던 휴대폰을 되찾게 된 거다.

7월 말 경 어느 날, 둘째 딸이 서럽게 울면서 집에 온 적이 있다. 사준지 얼마 되지 않은 휴대폰을 잃어버렸던 거다.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난 다음부터 계속해서 통화를 시도했지만 되돌아 오는 건 연결음밖에 없었다. 울고불고 하는 둘째 딸의 얼굴에 대고 화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밤을 보내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학교에 방문했다. 교무실과 습득물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2학년 3반 교실과 작은 딸이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했던 도서관을 다 돌아다녔지만 결국 찾을 수는 없었다.

다음 날 오전,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서 작은 딸 휴대폰의 분실신고를 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분실신고만 해놓고, 한 2~3일 정도 기다려 보다가 찾을 수 없게 되면 해지를 할 요량이었다. 허나 두딸이 다니는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고, 대충 머릿속 계산을 통해 분실한 휴대폰을 해지하는 게 꼭 정답이 아닐 거란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1. 해지 비용 = 유지 비용


말 그대로다. 해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계속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엇비슷하게 느껴졌던 거다.

두딸에게 지난 4월 중순 이후 장만해 준 LG 아트터치폰은 2년 약정이 되어 있었다. 해지를 하게 되면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이 약 17만 원 조금 넘는다고 했다.

그에 비해 유지를 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충 따져 보니 엇비슷해 보였다. 두딸이 사용하고 있는 요금제는 "월 1만 원 짜리 팅주니어표준요금제"라는 거다. 그리고 불탄과 아내, 두딸의 휴대폰을 "T끼리 온가족 할인"으로 묶어 놓았다. 해서, 매달 작은 딸 휴대폰 요금으로 결제하는 금액은 10,700원이지만 실제로는 나머지 가족 3명의 휴대폰 요금에도 할인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적게 내게 되는 셈이다.

어쨌든 둘째 딸의 휴대폰을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비용 214,000원(매월 부가세 포함 10,700원×20개월)에서 위약금 170,000을 제하고 나면 약 44,000원 정도가 손해인 것 같으나, 사실은 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할인 받고 있으니 전혀 손해랄 것이 없다. 더군다나 해지를 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위약금은 지금 당장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니, 그 또한 부담이지 않겠는가.


2. 새 휴대폰 요구에 대한 원천봉쇄


불탄에게는 이미 잃어버린 휴대폰이지만, 둘째 딸에게는 아직 찾지 못한 휴대폰이다. 샘이 많은 둘째 딸이 혹여라도 언니가 갖고 노는 휴대폰을 보면서 새로 사달라고 떼를 쓸지도 모를 일이고.

그러니 처음부터 차단해야만 하는 거다.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분실사건이니 찾을 때까지 기다릴 의무가 작은 딸에게 있는 거다. 게다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곧바로 새로 장만할 만큼 불탄에게는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도 크나 큰 걸림돌이니 별 수 없지 않겠는가.


3. 믿고 기다린다는 것, 이 세상 사는데 꼭 필요한 덕목


일부러 누가 훔쳐가지 않았다면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것도 길바닥이나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학교 도서관에서 분실했는데 말이다.

교내 습득물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2학년 3반의 담임선생님 말씀에 의하면,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습득물로 들어오는 물품 중에 휴대폰이 꽤나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잃어버리는 학생에 비해 맡기는 건수는 한참이나 줄었다고 한다.

부끄럽지만 선생님이 하시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불탄은 방정맞게도 "혹시 학생 중에......?"라는 생각을 먼저 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초등학교 1학년의 어린 딸에게 그와 같은 내색을 어찌 할 수 있으랴.

다행히 기대를 갖고 믿고 기다렸더니, 하늘은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셨던 거다. 그리고 이번 일로 해서 우리 딸들도 어딘가에서 뭔가를 주웠을 때는 주인에게 찾아줄 방법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세상살이가 각박하다 하지만 50일이 지난 뒤에도 이렇게 휴대폰을 찾을 수 있는 걸 보면 따스함이 더 큰 세상이지 않을까 싶다.


열심히 휴대폰 충전을 하고 있는 작은 딸을 보면서 분실신고 해제를 위한 통화를 한다. 잠겨있던 휴대폰 초기화면에 비밀번호를 입력시켜 주었더니 환호성을 터뜨린다. "고맙습니다, 아빠. 사랑해요, 아빠" - 어쩌면 연신 재잘대는 작은 딸을 보는 불탄의 입꼬리가 귀에까지 걸쳐져 있는 건 아닐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