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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고령화 사회, 그리고 성장기반 대부분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저출산 현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앞으로의 경제활동인구가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는 거다. 막말로 2005년에는 경제활동인구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20년 뒤인 2030년에는 경제활동인구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한다.

저출산·고령화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1~2%로 떨어지게 될뿐만 아니라 조세에 대한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제도에 기대하기에 앞서 당장 오늘 먹고 사는 현실의 불투명에 절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너무 비극적인가? 암울한 모드를 글머리에 탑재시킨 탓에 글을 다 읽기도 전에 맥이 빠진다는 건가? 그래도 어떡하랴. 이것이 지금 한국이 걸어가고 있는 길이요, 현실임에야.

그러던 차에 대구시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읽게 되었다. 출산을 장려하는 대구시의 시정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앞서 서두에서부터 언급했듯이 저출산은 우리나라가 떠안고 있는 가장 큰 재앙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터이니 어느 한 지자체가 출산장려정책에 솔선수범하겠다고 한다면 환호를 보내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비록 자신은 해당 지자체에 거주하고 있지 않더라도 대구시의 출산장려정책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함께 힘을 실어주는 게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불탄은 왜 이렇게 씁쓸하게 입맛만 다시게 되는 걸까?
과연 그 이유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밝혀볼 요량이다.



대구시의 출산장려정책은 생색내기용


"출산장려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고 다자녀가정 우대분위기 확산을 위해 작년에 이어 금년도에도 4명 이상 다자녀가정의 고등학생 자녀 600명을 선발해 1가정 1인 50만 원의 학자금을 지원한다."

대구시가 언론에 뿌린 금번 출산장려정책의 기본 취지이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저출산 극복 시책들이 출생아를 기준으로 실행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미 자녀를 낳아 양육하고 있는 다자녀가정에도 경제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다.

거기까지는 좋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니까 말이다. 허나, 이어지는 단서조항들을 보기 전까지만 그렇게 긍정적일 수 있다는 거다. 너무나 공무원스럽고, 구태스러우며, 지역행정적이라는 거다. 그러니 결국에는 생색내기용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너무나 구차스러운 대상자 선별 조건


문득 이런 의문점이 생긴다. "왜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에는 해당 지역의 일정기간 거주해야만 조건을 '꼭', '꼭', '꼭' 만족시켜야 할까?"

어느 지자체나 마찬가지다.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셋째아 출산지원금만 보더라도 해당 거주지역에 6개월, 또는 1년 이상 거주해야만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대구시의 이번 출산장려정책도 마찬가지다. 지원대상의 첫째 조건이 바로 "
공고일부터 1년 이상 부 또는 모가 대구시에 거주하고 4명이상 다자녀가정의 고등학생 자녀로서 관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있는 가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왜 그런 걸까?

설마 하니 그 잘난 50만 원이란 지원금을 타 먹으려고 타지역에서 네 명씩이나 되는 자녀를 떼거지로 전학시키기라도 한다는 건가? 대구시에 거주한지 11개월 29일이 된 가정은 이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지 않는가. 거기에 한술 더 떠 "작년에 지원 받은 가정은 제외된다."고 하는데, 이 정책이 시행된지 이제 겨우 2년째가 아니던가 말이다.

게다가 우선 순위 선별 방법에도 문제점은 있어 보인다.

"선발 1순위는 공고일 현재 20세미만 자녀가 많은 가정이며, 2순위는 1순위가 같을 경우 나이무관 자녀가 많은 가정이고, 3순위는 2순위가 같을 경우 대상자의 출생순위가 첫째, 둘째, 셋째 순으로 선정한다. 1순위·2순위·3순위가 모두 같을 경우 대상자 생년·월·일이 늦은 순으로 선발순위에 따라 600명을 선발한다."

신청방법은 더욱 황당하다. 대구시 홈페이지나 해당 지역구·군 홈페이지를 통해 별도 첨부된 신청서를 작성하고, 재학증명서·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필요시)를 갖춰 9월 19일부터 10월 28일까지 접수하면 되는데, 문제는 이 접수를 관할 구·군 보건소에 대상자나 보호자가 직접 방문을 통해 접수해야만 한다는 거다. 왜 요즘 같은 시대에 인터넷 접수는 안되는 걸까?


4자녀 이상  가정의 교육, 이건 엄연한 교육당국의 몫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에서 이와 같은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어 보인다. 여러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보이는 것 자체가 지역자치단체에서 실행하려니 재원 마련 때문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한 가정, 1인에게 지원하는 금액이 50만 원에 600명을 선발한다고 했으니 이 정책지원금의 규모를 대구시는 3억 원으로 한정시켰을 게 분명하다.

1년에 꼴랑 50만 원 지원되는 이 같은 교육정책이 마음에 들어 네째를 계획하는 가정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그러니 기왕에 4자녀 이상의 자녀를 낳아 교육을 하고 있는 가정 또는 앞으로 넷째아를 계획하고 있는 가정에 대한 지원 계획을 세워야 할 거라면, 현실적으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출산장려정책과 교육지원정책의 기본지침 정도는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간 50만 원이라는 생색내기용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납부금 면제와 함께 면학지원금 또는 도서구입비와 같은 명목을 사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