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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선물, 너를 만난지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삶이 힘들어 세상과의 갈등이 깊어질 즈음, 마치 조장자라도 되는 듯이 너는 엄마의 태반에 다소곳이 자리했지.
온통 새하얗게 변해버린 생활 속에서도 너의 탄생에 대한 고민은 이상하리 만치 쉽고 짧게 끝낼 수 있었단다.
축복이라 믿기로 했던 거란다.
세상을 향한 지금까지의 희생이 턱없이 부족했다 여기고,
앞으로는 더 큰 감사와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던 게야.




네가 태어난 그 새벽의 감동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물론 네 두 언니가 태어났을 때의 감동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간호사가 건네준 의료가위로 탯줄을 자를 때, 어쩌면 새벽녘 별 하나도 함께 반짝였을 거야.




젖꼭지를 물고, 뒤집기를 했어.
배밀이를 하더니만, 어느 날부터는 손과 무릎으로 기어다니기 시작했지.
뭐든지 입에 넣는 네게 해가 갈까 봐 언제나 바닥을 보는 아빠의 눈은 600만불의 사나이, '스티브 오스틴'이 되어 있었고,
뭐라도 부족해 칭얼대는 소리를 들으려는 아빠의 귀는 바이오닉 우먼, '소머즈'를 닮아 있었어.



이미 두 언니를 키운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나날이 커가고 있는 너를 본다는 건 여전히 신비롭기만 하다.
한발씩 떼기 시작했으니 얼마 안 있어 너는 벽을 짚지 않아도 곧잘 걷게 될 거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 다니기도 하겠지.



여느 집과는 달리 터울이 지는 두 언니의 시샘이 없어 다행이란다.
언제나 귀엽다고 볼을 부비는 두 언니의 사랑이 있어 다행이란다.
아빠도 그렇지만, 엄마도 그렇지만, 두 언니 역시 언제나 네 편이란게 다행이란다.

 


다시 한 번, 이렇듯 예쁘고 사랑스러운 너를 보내주신 하늘에 감사하고,
항상 곁에서 힘이 되어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보는,
오늘은 바로 너의 첫돌인 게다.


- 11.10.06.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