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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내 인터넷 환경은 순식간에 바뀌었어.
이전까지 사용해 왔던 시작페이지를 바꿔버린 거지.
왜 그랬냐고?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
그저 답답했던 거야.
연예소식과 쇼핑정보는 넘쳐 났지만, 사회를 볼 수 있는 창구는 완전히 막혀 있다는...
그런 비슷한 느낌 탓이었을 거야.

오랜만에 검색어 놀이를 한 번 해볼까 싶어 "2008년 광우병"을 키워드로 넣어 봤어.
3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이 모양이야.


네이버 검색 화면 캡쳐


여전히 네이버가 꿈꾸는 세상에서는 광우병 촛불집회문화가 난동이고 폭동이겠지.
촛불집회와 대치했던 맞불집회를 너무나도 자랑스러워 하는 그곳이 바로 네이버가 만들어가는 세상인 게야.

그런데 참으로 웃긴 일 하나가 며칠 전에 있었다지?
어찌된 일인지 방통위가 나팔수 네이버를 향해 서슬 퍼런 칼날을 겨눴더라고.
그와 같은 사실은 지난 11월 30일에 배포했던 보도자료에 잘 나타나 있고 말이야.


방통위 보도자료 캡쳐


내용을 보면 홍준표의 말마따나 "사실상의 광고 규제 강화 방침"인 것 같은데... 그런 것 같지 않아?
뭐, 검색시장에서 네어버가 갖고 있는 독점적 지위에 대해서는 누차례에 걸쳐 논란이 되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리 보이더라고.
시기상으로 뭔가 미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까.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방통위의 이번 보도자료가 배포된 날이 조중동이 만든 종편채널 개국 바로 앞이었어.
더군다나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의 지배력 행사 가능성"이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 또한 뭔가 구리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

그런데 말야.
1%도 되지 않는 바닥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그 종편채널들은 죽자고 광고사냥 다닌다 하더라고.
방통위야 기왕에 이들에게 퍼주기로 작심을 하고 있던 차인지라
2010년 기준 1조 6000억 원 규모의 온라인 광고시장도 쪼깨려 하는 거겠지.
그 중 네이버가 1조1천억 원의 매출을 가져갔으니 전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무려 70%나 되는 셈이고.
그러려면 당연히 네이버를 겁박할 필요가 있었을 거야.

여기에서 한 가지...
네이버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를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네?
그래서 방통위에서는 이 법률 개정을 추진하면서 올해 안으로 고시 개정까지 마치겠다고.

그런데 사실, 이와 같은 광고규제의 실효성에 있어서는 광고 전문가나 투자금융기업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더군.
왜냐하면 네이버가 진행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가 광고주의 실시간 입찰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지.
트래픽이나 페이지뷰를 노리는 광고주가 스스로 낼 수 있는 광고비용을 결정하는 모양새이니 그럴 수밖에.
 
어쨌든 종편채널들은 더 많은 특혜를 계속해서 방통위와 정부 측에 요구할 거야.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부에서는 반드시 언론장악을 위해서라도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거고.
그러니 온라인 광고 시장까지 손을 대서 어떡해서든 그들의 수익원을 넓혀주겠지.

어쩌면 네이버는 이와 같은 환경변화를 미리 예측했을 거야.
그러고 보면 지금껏 밥그릇을 잃지 않기 위해 알아서 정부와 방통위에 납작 엎드렸던 네이버의 입장도 이해가 되더라고.
결국 앞으로도 이 같은 모습은 쉬이 변하지 않을 터이고.

하지만 말이다.
어차피 정부와 관련부처에서는 어떡해서든 지금껏 네이버가 누려온 광고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빼앗으려 할 거야.
아무리 네이버가 스스로가 마련한 정책에 따라 정치적, 사회적 이슈의 의제설정 기능을 버렸다손 치더라도
그것만이 독점적 지배위치를 유지하는 방법이라 할 수는 없을 텐데도...

이쯤해서 네이버에 대한 마지막 바람 하나를 가져보고 싶어.
조중동까지야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겠다.
그치만 제발 수꼴 찌라시까지 전면에 내세워 검색결과 화면을 오염시키지 말아달라는 것을.
그리고 정부 눈치보기에 바빠 실시간 인기 검색어까지 왜곡시키지 말아달라는 것을.

그리하여 수꼴 찌라시보다 더 편향되어 보이던 지금의 네이버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어 간다면
네이버의 시작페이지는 다시 찾아들 게다. 한 명씩 한 명씩, 그리고 나날이 나날이...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