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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것, 시작이라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기억이 허락하지 않아 희미한 것이 마치 얼룩진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이나 아스라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허나 처음 시작했을 때의 그 수줍음 · 낯설음 · 풋향기 · 어설픔은 어느새 바뀌어져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당당함 · 익숙함 · 친숙함 · 농익은 향기· 숙련됨이라는 저마다의 이름으로...

낯선 들판에 판넬 하나가 걸려진 삼각대가 서 있다.
처음엔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지더니 오래도록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내 인생인 듯도 하다.

어느 만큼 시간이 흘렀는지, 그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가 어떤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색을 거기에 덧칠해 왔는지
아무리 떠올려보려 해도 도대체가 모르겠다.

그래도 나름 '열심히!'라는 말을 입에 담아보려 했지만 삼각대에 어설프게 걸려있는 유화가 무척이나 민망하기만 하다.
언제 저리도 많은 주름이 생겨나고, 고집과 욕심은 또 어느 순간부터 저리도 흉칙하게 매달렸던 것일까?

그 유화 속 인물을 오늘 접한 뉴스 하나가 더욱 더 부끄럽게 하고 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한화구단과 입단 계약을 체결했는데, 아마도 연봉이 2,400만 원이었다지?

한 때는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이 받는 연봉조차 한 없이 초라하게 만들었던 전설의 메이저리거가
고작해야 몇 년 전 대졸 신입사원 초봉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연봉계약을 했다고 하니 누가 믿겠느냔 말이다.

그럼 그렇지. 야구발전기금으로 거금 6억 원은 따로 기부했다는 거다.
하기사 메이저리그 17년 통산 476경기에 출전하여 동양선수로는 처음으로 124승까지 기록했던 선수이니
그만큼 물욕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도 있었을 테지.

야구를 알고 모르고를 떠나, 그를 사랑하는 팬들로서는 그의 경기를 그저 즐기면 될 터이고,
후배 선수들은 그를 통해 메이저리그를 대리경험 하면 족할 터, 더 이상의 부담은 개에게나 줘버리면 될 일이다.

시야에 가득히 들어찼던 내 유화 속 얼굴, 그 고집과 욕심으로 일그러진 초상이 편하고, 유하고, 밝아질 수 있도록
오늘은 그저 마음공부에 온 시간을 맡겨볼 요량이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