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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날씨가 또 이 모양이다.
한파 어쩌고 하는 말만 들어도 이가 시려오는 걸 보면
하여간 겨울이란 놈은 영 밉살맞은 계절임에 틀림이 없다.


겨울이 겨울다와야 한다는 말, 이치상으로만 맞는 말이다.
주리고 헐벗은 이들에겐 그저 도리도리 고갯짓일 뿐인 게지.
굳이 폐지 때문에 주먹질 한 뉴스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게 바로 꼭 내 짝이기 때문인 게야.


몇 년째 입안에서만 맴도는 말이 치과에 한 번 가야 할 텐데다.
비용 가늠한다는 자체가 호사임을 어쩌랴.
오후 들면서 기온이 더 내려갔는지 출입문 밖으로 살짝 얼굴 내미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떨린다.
입술이 열리고, 이가 부딪치고, 허물어진 잇몸에 위태하게 붙어있는 흉측한 이도 딱딱거린다.
치통보다 더 꺼림칙한 어긋난 소리에 흠칫해오니 얼른 따뜻한 물 한 잔 홀짝거릴 수밖에.


간밤에는 아내도 답답했던지
아이들 정기검진 하러 치과에 갈 때 견적만이라도 받아 보란다.
그 살가운 말에 껄껄거리다 그래도 남자랍시고 호기롭게 건넸지.
양쪽 어금니 상실한 자네 먼저 후딱 해 넣으시게
벌써부터 따뜻한 춘삼월바라지가 되는 양 싶다.


- 120104.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