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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그리워하며 56





참으로 오래도록
내가 가진 시선은 한 곳에 머물며
감히 잠시라도 떠날 줄을 모르고
그리움의 반사각이 태양의 기운을 닮았더라면
사랑의 실체가 세상에 있었더라면
그리고 내 눈동자에 유리같은 투명함이 있었더라면
검은 먹지 빛을 모은 어린 시절의 돋보기처럼
금새 이겨내지 못하고 구멍이 났을게다


하기사
이렇게 살아가는 가운데
물 만나 마셔가고 술 만나 취해가고
계절 만나 변해가고 시간 만나 잊어가고
그리하여 마침내는 생활 만나 덮혀가는
어느새 나도 일상의 넋두리를 배웠나 보다
그리도 많은 날을 갈증으로 시달렸건만
한 모금 사랑 적선이라도 하듯
내 오늘을 태웠나 보다


아쉬움이 없다면야 사랑이라 할 수 없겠지만서도
이제야 겨우 진정될 걸 왜 시작하였을까
그치만 다시 한 번 행여라도 다시 한 번
그 시간이 내게 선택하라 강요한다면
이렇게 못내 힘들어 아프게 지쳐 있는 마음 다독거려서라도
죽도록 그리워할 그런 사랑을 또 다시 해보고 싶다


- 050914.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