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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은 휴일이다.

하지만 아빠의 일요일은 아빠 맘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아빠는 잘 알고 있단다.
며칠을 엄마랑 실랑이 하며 생활해 왔을 너희도 아빠와 함께 체온을 나누며 호흡하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모처럼 토요 휴무를 얻을 수 있었기에 너희와 이틀 동안에 걸쳐 많은 놀이를 할 수 있었다는 거였지.

그런데 말이다.
아빠가 회사에서 사업계획안이며, 마케팅기획안에 지쳐있는 시간보다 이틀을 함께 하고 있는 지금이 더 녹초가 된 까닭은 뭘까?

그래, 맞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아빠한테 매달리는 너희 둘을 엄마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아빠 곁에만 붙여 놓았더랬지.
정말이지 너희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은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그로 인해 점점 아빠의 체력이나 인내는 한계를 넘어서야만 했고, 위험수위까지 넘어서게 되었지.

결국, 아빠의 입에서는 비명에 겨운 묘한 소리가 터져 나왔고, 너희 눈에는 눈물이 보이기 시작했지.
울먹이며 "아빠! 미안해" 라는 말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 하던 너희는 아빠를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단다.
어쩌면 그리도 슬픈 눈물을 보일 수 있는 건지, 눈물이 범벅이 되어가는 너희 눈망울은 또 얼마나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아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뭐라 이름 짓지 못할 뭔가가 또 왜 그렇게 치밀어 올라 오던지...

새삼 너희 엄마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게 된 시간이었단다.
이렇게 매일을 시달려 왔을 엄마는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너희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생각에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니 아빠는 그런 엄마의 평온을 박탈할 엄두가 나지 않아 다시 너희를 불러들여 나직이 말할 수밖에.

예린아, 예진아! 아빠는 말이다.

절대로 너희 둘이 미워서 소리지른 게 아니란다.
날씨가 더워 짜증이 난다고 괜히 너희를 향해 소리를 지른 거란다.
그래, 아빠가 나빴던 거야.
그리고 아까 그 소리도 사실은 너희한테 지른 것이 아니고, 저 나쁜 여름날씨한테 화낸 것이란다.
그러니 너희도 어서 눈물 닦고 아빠한테 웃는 얼굴을 좀 보여주렴

고맙게도 아빠의 말을 들은 너희는 금방 얼굴이 환해지면서 새로운 놀이방법을 요구했는데, 너희도 기억나지?

"아빠... 언니랑 아가랑 노래 틀어줘. 엄마 엄마! 아빠가 노래 틀어줘..."

그나마 아빠한테 매달리지 않음에 한숨 돌리며 아빠는 너희가 좋아하는 율동이 섞인 동요를 들려주었고 말이다.
어쩌면 "아빠 아빠! 아빠 최고!"라는 너희 말에서 아빠 얼굴에는 장마 속 여우볕을 닮은 미소가 반갑게 걸려있었을 게다.


- 060702. 아빠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