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텁게 휘감던 오욕을 던져내니
비상하는 나래에선 힘찬 기운이 돌고
오죽이나 마음에 빛을 원했음
멍한 적막 속에서도 홰를 밝히나
멀리 다다를 것 같은 그림자에
일그러진 하늘가 먹구름 실으면
처음이라 이름했던 개벽이라도 되는 양
오늘에야 비로소 웃음 떨치나
참고도 또 참았던 설움 가리어
살그머니 내려놓은 미련의 끈만 애처럽다
오래도록 머물렀던 나락의 세상 끝에서
뭉텅이 졸라매어 던졌음인데
빗지 못한 머리칼 한두 줌 쓸어내고
모시 적삼 정갈히도 갈무리하고 나면
태어나 다시 울던 이 세상 위해
바람이 아님에야 결단코 다음 환생 거부할 테지.
- 060804. 불탄(李尙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