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새 신을 신고
불탄의 샵과 플랫/창작시 단편시 : 2012. 3. 2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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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열 여섯 달 이르도록 애오라지 맨발만을 고집터니 이제서야 네 녀석이 신 한 켤레 얻었구나 낯설기만 한 처음이 뉘라서 없으랴 궁둥이 쭉 빼고 엉거주춤 서 있는 모양이 영락없이 물오리와 같음이고 애타게 걸음 재촉하는 아빠의 바람은 얼음땡된 아이의 눈에서만 깜빡일 뿐 신발 없인 한달음에 온 마루를 헤집더니 처음으로 발에 맞춘 신에는 꼼짝도 못함이야 겨우 한 발자국 주저주저 내딛지만 크게 들리는 뾱뾱이 소리에 놀라 울먹이는 수밖에 그래 아이야 소리에 놀랐으니 그것부터 손봐야지 밑창 언저리의 뿔피리부터 뽑자꾸나 됐다 아이야 소리 귀신 없앴으니 다시 놀라진 않을 게다 두 걸음 쯤 앞에다 아이를 세워 두고 두 팔 벌린 아빠가 또다시 손바닥 소리로 유혹하면 어서 품에 안기고픈 아이의 발 움직임은 삐죽이는 입모양 따라 아둥이랑 바둥이라 난생 처음 새 신을 신고 마루에서 세상으로 나온 아이의 발걸음이 한 걸음씩 두 걸음씩 빨라지더니 언제부턴가 맨발로 내달리는 달음질을 빼박음이야 - 120322. 불탄(李尙眞)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