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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린이랑 예진이랑

 

아빠가 딸을 사랑한다는 건 온통 습기 먹은 먹구름이 비를 내리는 것만큼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니 오늘도 아빠는 예린이랑 예진이한테 이리 편지를 쓰고 있는 거란다.

 

가끔 아빠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단다. 아빠라고 한다면 생각이나 행동이 무척이나 진중해야 할 터인데, 지금의 아빠는 차라리 경망스러울 정도로 너희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허나, 그럼에도 너희가 고맙다는 건 너희에게 시도 때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만 외치고 있는 아빠를 그 누구보다 좋아라 하고, 잘 따라준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빠가 무척이나 행복한 사람이라는 데에는 이견을 가질 수 없을 것 같구나.

 

항상 아빠를 사랑한다며 말과 행동을 통해 아낌 없이 표현하고 있는 예린이, 그리고 그런 언니의 모습을 베이스로 깔고 그 이상의 어떤 것들을 레이스 베팅하려는 예진이, 그래서 아빠는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밖에 없는 거겠지.

 

예린이랑 예진이랑   예린이랑 예진이랑

 

그래서 오늘은 아빠가 먼저 앞장을 서며 "가자! 고기 먹으러!!"를 외쳤나 보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이 가벼운 지갑 사정 때문에 너무나도 저렴한 갈비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고, 한껏 업(up)된 기분에 힘입어 너희가 자랑하는 "엉덩이 춤"까지 볼 수 있었으니 이만하면 아빠는 완전 수지 남는 하루였던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날짜를 따져보니 다음 주에는 너희들 예방 접종이 있더구나. 아빠가 함께 있읕 터이니 이번에도 씩씩하게 이겨내도록 하자꾸나. 뭐, 지금껏 너희가 주사 맞을 때마다 눈물을 보인다거나 어리광을 피운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 이번에도 잘 해내리라 믿고는 있지만 말이다.

 

하기사 주사기를 찔러도 그냥 눈만 껌벅이는 너희가 안쓰러워 아프면 아프다고 하고, 눈물이 나면 그냥 눈물 흘리라고 채근하는 아빠나 엄마가 더 철 없는 어른이겠지.

 

예린아 예진아!

 

세상의 모든 아빠 엄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지금의 아빠랑 엄마가 바라는 것은 너희가 제나 건강하고, 맑고, 밝고, 희망차게 커 주는 것 뿐이란다. 그리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르더라도 언제까지나, 늘 너희 편이라는 사실을 알아주길 바란다.

 

아빠는 말이다. 언제까지나 너희를 사랑한단다.

 

- 060930. 아빠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