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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세계일보


여·야를 불문하고 18대 대선고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 그토록 '부자 몸 조심'으로 일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형 악재가 터졌습니다. 그것도 야권의 폭로로 의해서가 아닌 검찰의 수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에 시쳇말로 '빼도 박도 못할' 형국이 되어버린 모양입니다.

'종북몰이'로 한창 재미를 들이고 있는 상황이었고, 또 꽤나 많은 점수를 따고 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이렇게 불쑥 터져나온 <당원명부 유출 사건>으로 곡소리를 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당의 청년국장까지 지냈던 수석전문위원이 무려 220만 명에 달하는 당원의 인적사항 및 기밀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당원명부를 팔아 먹은 댓가로 받은 돈이 그깟 돈 400만 원이라니요.


이미지 - 세계일보


그런데 이 <당원명부 유출 사건>의 핵심적인 문제는 단순한 유출사고가 아니라 지난 4·11 총선을 앞둔 시점에 총선 예비후보 8명에게도 전달되었고, 그 8명 중 2명이 공천을 받았으며, 그 2명 중 1명이 후보 경선과정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게다가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사건이 가진 정치적 영향력을 극히 미약하거나 제한적인 것으로 폄훼함으로써 확산 방지에 여념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가만히 이번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부정 경선>이란 '스멜'이 제법 풍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당시 후보 경선이 당원 20%와 일반국민 80%의 비율로 치뤄졌기 때문에 공천에 미칠 영향이 극히 적다고 항변하고는 있습니다만, 어쨌든 후보 경선에서 드러난 부정경선 의혹에서는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닙니까?

이쯤 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경선에서 패배했던 당사자도 같은 생각일까요? 이와 관련하여 세계일보에서는 다음과 같은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수도권의 현역 의원과 붙어 낙천했던 한 후보는 “일반 유권자와 달리 당원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아 홍보효과가 크다”며 “특히 정치 신인들은 사전에 자신을 충분히 알리기 위해 기를 쓰고 당원명부를 입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한 관계자도 “공천심사를 앞둔 1∼3월은 예비후보들에게 목마른 시기여서 어떻게든 당원명부를 먼저 입수하려고 열을 올린다”고 전했다. - 세계일보


어쩌면 유출된 당원명부가 8명에게만 전달된 것이 아닐지도 모를 일입니다. 허나, 지금까지 언론에서는 별다른 의혹을 제기하지 않고 있으니 그에 관한 사항은 열외를 시켜야 하겠습니다만, 어쩌면 조만간에 이해관계에 있었던 누군가가 소위 '양심선언'이란 걸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쨌든, 새누리당 지도부의 지금 움직임을 보면 이 사건이 더 이상 크게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MB와 박근혜 의원, 그리고 새누리당 지도부가 야권에 대한 공세로 써먹어 오던 '종북몰이'의 빌미는 분명히 통합진보당에서 제공했으며, 마찬가지로 이와 유사한 <당원명부 유출 사건>과 특정인물에게 전달된 사건이 새누리당에서도 발생했으니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이미지 - 중앙일보


그런데 말이죠. 다소 섣부른 생각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보수일간지 중앙일보가 일종의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랍니다. 왜냐 하면, 자유선진당(現통일선진당)에서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령대의원 수백 명을 동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중앙일보가 뿌리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집권당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정당이 원래 그런 법이야"라는 속삭임의 논리로써 작금의 새누리당 사태가 갖고 있는 본질을 희석시키려는 뜻은 아닐까 싶다는 건데요, 이를 굳이 전문용어(?)로 풀이하자면 '양비론(兩非論)' 정도나 되는 걸까요?

이에 대해 좀 더 덧붙이자면 본디 선진당에서는 전당대회 7일 전, 즉 5월 21일 밤 자정까지 대의원 명부를 확정토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대의원이 21일 이후가 되어서야 입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군요. 결국 선진당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의 부정사실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봐야 할 것입니다만, 왜 굳이 이런 시기에 더뜨렸을까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상과 같이 새누리당의 <당원명부 유출 사건>과 이렇게 유출된 당원명부가 이해관계자에게 전달된 사건을 살펴 봤습니다. 아울러 이들 사건이 갖는 의미가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 수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과 지금도 진행중인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은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과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우선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는 비례대표 후보의 앞 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것에서 나타난 것으로서 현장에서의 대리투표, 동일 IP에 의한 집단적 투표, 그리고 비당원(유령) 투표에서 기인했던 것입니다. 즉 절차상 민주주의에 흠결을 남긴 사건으로서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부정 선거>의 범주에 둬야 할 사건인 것입니다.

이에 비해 새누리당 당원명부 유출 사건은 지역구 예비후보들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 명부를 얻으려 한 데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당원 20% : 일반국민 80%의 원칙을 두고 있음에도 일반국민의 참여율이 낮았기 때문에 당원의 선택이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었고요. 나아가 당원비율과 비당원비율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비율을 따지지 않고 투표자 합산으로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그 만큼 당원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대한 실제 사례를 경향신문에서 기사화했는데요, 실제 명부를 받은 것으로 지목된 김준환 충북 청주 흥덕을 당협위원장은 3월17일 국민참여경선에서 다른 예비후보를 이겼으며. 당시 선거인단은 641명, 투표에 참여한 숫자는 403명에 불과했다는군요. 유선전화를 통한 조사에서도 일반국민보다 당원의 응답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이니 당원명부가 가지고 있는 가치라는 것은 쉽게 예단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법으로 금지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과,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 지지호소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는 통합진보당의 부정이나 새누리당의 부정이 결코 다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통합진보당에는 당권파가 있듯 새누리당에는 친박계가 있을 뿐이지요.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나온 모든 의혹의 단어가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는 새누리당에 대한 검찰의 전면 수사 확대를 촉구한다. 수사 결과에 따라 문제의 새누리당 의원도 자격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