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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MBN뉴스 화면 캡쳐


외교통상부 당국자의 한마디가 우리나라 전체를 패닉상태로 만들었던 오늘입니다.어제(6월 26일)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뭐가 그리 급했는지 이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오는 6월 29일에 체결하게 될 것이라 하더군요.

대체 이 나라는 누구의 것인가요? 대통령 하나 잘못 들어서더니 아예 나라 전체가 구멍가게 수준으로까지 전락되어 버린 듯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디 밀실에서 대가리 몇 놈이 속닥속닥하고 비밀리에 결정해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이미지 - 세계일보

정부와 주무부처가 애써 밝히고 있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은 국가 간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상호 이익을 지키기 위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합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북한군 동향 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도 하고요.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일본의 정보역량을 활용함으로써 정보위성, 조기경보기, 대잠 초계기와 같은 일본의 정보 및 군사력을 우리의 안보에 활용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그렇게 좋은 기회를 얻는 것이라면 왜 정부와 외교통상부는 밀실야합을 했던 걸까요? 아울러 왜 이 협정이 기밀로 처리했어야 하고,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것처럼 이리 급하게 강행했던 것일까요?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명칭상에 있어서도 왜 정부는 '군사'라는 표현을 애써 삭제해야만 했을까요? 대체 우리 국민에게 무슨 이득이 있길래 저리도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을까요? 국민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나 여론조사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추진하는 까닭은,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과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지난 달 국회에서 졸속처리 하지 않고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면서도 MB가 해외에 나가자마자 결행을 하는 까닭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모든 게 의문이요, 의혹이요, 불만이요, 불신이니, 결국 분노로 표출되고 절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일이지 않겠습니까?

이에 불탄은 솟구치는 분노와 아득하기만 한 절망의 나락에서 겨우 한숨을 돌리며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이나 브리핑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새누리당은 결코 MB와는 떨어질 수 없는 한몸이라는 것, 상호 공생하는 관계라는 것,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것을 아주 대놓고 보여주고 있더랍니다.


새누리당 대변인 브리핑 페이지 캡쳐


보는 바와 같이 새누리당이 오늘자 브리핑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란 것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아주 싸잡아 비난하거나, 화물연대파업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의례적인 요식행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허접한 것들 뿐이었습니다.

그나마 한·일 정보보호협정에 대해서는 김영우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아주 간단하게 '필요한 조치'라는 취지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안보이익이 심각하게 침해 받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한정된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이어, "다만 정부는 이 협정과는 별도로 독도와 위안부 등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일본의 반성과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 줄 것을 바란다."고 하는 씨알도 안먹힐 립서비스를 덧붙임으로써 여당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더랍니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민주통합당 홈페이지 캡쳐


민주통합당은 이석규 수석부대변인의 논평과 우원식 원내대변인의 현안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에 대한 거센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은 "백주대낮 일본 우익의 위안부 동상 테러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일 비밀정보보호협정이 어제 대한민국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기습 날치기 통과됐다."는 말로 브리핑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차관회의도, 국무회의 공식 안건에도 없었다. 날치기 후 내용 공개도 하지 않았다."며 절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을 했습니다. 또한,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중에 슬그머니 처리했다는 ‘의도적 꼼수’까지 동원했다."는 말에서는 MB가 해외로 나갈 때부터 불안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라는 걸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우원식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은 "지난 5월 17일 김관진 국방장관은 민주당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졸속 처리를 않겠다며 국회 차원의 논의를 반드시 거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국무회의 기습 날치기는 야당과 국민을 상대로 기만행위를 한 셈"이라며, "정부는 북한 장거리 로켓, 핵실험 등을 핑계대고 있지만 자국법 개정으로 핵무장을 추진하며 군사적 야욕을 드러내긴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북한 관련 정보 공유를 이유로 우리의 안보 체계가 고스란히 노출되고 일본의 군사적 팽창은 더욱 용이해 질 것이다. 결국 동북아 정세의 불안감만 높이는 짓을 한 셈"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우원식 원내대변인의 말처럼 임기 초부터 친일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MB정권입니다.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능력한 대응을 보여 온 MB정부, 그러한 現정부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던 것이 바로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친일 역사관임을 감안해 본다면, 임기 말에 들어 더욱 노골적으로 친일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한겨레신문은 이에 대해 밀실과 거짓말, 그리고 꼼수로 이어지는 정부의 <3단 콤비 드립>에 날선 비판을 하고 나섰습니다. 애초에 외교통상부는 한·일 정보보호협정을 '일반안건'이 아닌 '즉석안건’'으로 상정한 이유도 3일 전까지 온라인 국정관리시스템에 올려야 하는 일반안건인 경우 제목과 내용이 국무회의 전날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비밀안건이 아닌데도 국무회의 안건 목록에서 뺀 것 또한 날치기 처리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중대한 안건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서 김용환 차관이나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의 일관된 거짓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즉석안건으로 올라와 사전에 몰랐고, 국무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몰라서 설명하지 못했다"라거나, "한-일 간에 실무협의가 진척됐지만, 협정 체결은 확정되지 않았고, 다음주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며 발뺌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뭐, 결국에 가서는 채 1~2시간도 지나지도 않아 이 모든 말들이 거짓말로 드러나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이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원래 명칭이 '군사정보보호협정'이었는데, '군사'라는 표현을 빼고 '정보보호협정'으로 호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한마디로 군사적 성격을 감추겠다는 전형적인 꼼수라는 것이죠.

바로 이것 때문에 그랬을 리는 없겠습니다만, 요즘 들어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에서 흘러나오는 종북논란과 색깔론도 단순히 MB의 권력형 비리를 묻으려는 의도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국가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취해진 협정이라는데요, 오히려 남북은 물론이요 동북아 전체에 위기감을 몰고 오는 듯한 분위기만 보일 뿐이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저 답답하고 참담할 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