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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부산일보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습니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의 가결처리와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타남으로써 새누리당의 쇄신이라는 게 여전히 말로만 외쳐대는 헛된 구호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표결처리가 있는 국회 본회의에 앞서 새누리당 김용태·남경필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항의를 하는가 하면, 부결 또는 기권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새누리당 지도부에서조차 가결처리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제 국회도 그동안 불체포 특권을 오·남용하던 과거의 전례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변화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을 독려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김용태 의원에게 호된 항의를 받게 되었는데요, 체포동의안 가결이 당론이냐고 따져 물은 김용태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당론으로 몰아가는 것에 단호히 반대하고 회의가 끝나는 순간까지 당론으로 몰아가는 행태가 있어선 안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아울러 동료 의원들에게는 자유 투표를 부탁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가뜩이나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선거법위반 혐의를 받는 의원의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이기도 하려니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검·경의 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제발 저린' 의원들도 있을 것임을 감안해 보면, 현역 의원 스스로가 방어의 수단이기도 한 불체포특권을 쉽게 내려놓지는 못하겠지요.

허나, 국회의원의 특권포기를 선언했던 새누리당으로서는 박주선 의원과는 달리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부결이 '제 식구 감싸기'로 비치게 생겼으니 무척이나 곤혹스러웠을 겁니다. 박근혜 의원 사당(私黨)의 지도부에서는 호기롭게
불체포 특권의 포기를 선언했지만 현역 의원들은 이렇듯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당연히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여당 무죄, 야당 유죄>라는 비판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테고요.

한편, 새누리당에서는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정두언 의원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순간 곧바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총사퇴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으니 말입니다. 어쩌면 표결처리의 결과가 부결로 나타나리란 걸 감안한 미리 정해진 수순처럼 보이기도 하더랍니다. 그만큼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으니까요.


이미지 출처 - 프론티어타임즈


어쨌든 새누리당이 내놓은 원내지도부의 총사퇴라는 강수는 또 한 번 국민과 정치권에게 새누리당 쇄신을 담보하는 시험대가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오는 13일 의원총회에서 이한구 원내대표와 원내지도부의 재신임을 묻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복수의 언론은
이한구 원내대표가 재신임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양인데요, 만약 그리 된다면 이한구 원내대표의 원내지도부 총사퇴 선언 또한 잘 기획된 한 편의 막장 정치쇼일 뿐이겠지요.

게다가 벌써부터 정두언 의원에 대한 동정론 확산의 이유와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쇄신'의 퇴보와는 관련 없다는 합리화가 새누리당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지경이니 박근혜식 <편의적 원칙주의>가 새누리당 내부에까지 제대로 흡수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언론을 통해서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재신임이 되더라도 이를 수용할 지 모르겠다는 내용으로 이후에 있을 이한구 원내대표의 체면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도 빠뜨리지 않고 있는 모양입니다만.

자! 여기에서 끝없는 쇄신을 통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의원은 과연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체포동의안 부결이 '쇄신'의 퇴보와는 상관 없다고 하는 새누리당 내부의 목소리에 동조를 하게 될까요? 국회의원이 갖는 과도한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불체포특권을 다루는 국회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보다 현역 의원 몇 명을 대동해 지방으로 내려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설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셈법일까요?

열심히 지방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선거운동을 하던 박근혜 의원은 이 같은 결과 보고를 받고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했다는데,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어째 제 눈에는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해외로 떠나곤 했던 MB의 <나 관련 없음 정치>와 정확히 오버랩 되는데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