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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뉴시스



박근혜 의원의 발걸음이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박근혜 의원은 대선공약들을 하나씩 발표해 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를 방문해 새로이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의원은 덴마크와 핀란드, 네덜란드와 같은 국민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을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해 가며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에게도 육아휴직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른 바 '아빠의 달'로 불리게 될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출산 가정의 아빠가 한 달간 100% 유급휴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서 결국 산모에 대한 혜택을 확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임신초기와 말기에 있는 임신부에게는 하루 2시간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라는 정책 도입도 함께 약속했습니다.

의미는 무척이나 좋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당연히 이러한 방향으로 출산 및 보육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기에 무엇보다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일 것입니다. 또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내에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가져 봅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다. 당장 내년에 적용하게 될 처저임금만 놓고 보더라도 점심 한끼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4,860원으로 시급을 결정하면서, 만약 5,000원선까지 올리게 되면 모두 망할 거라고 난리 피운 것이 사용자 측 주장이 아니었나요? 그런 인식이 깔려 있는 기업에서 정말로 임신부나 산모에게조차 주저하고 있는 육아휴직을 남성으로까지 흔쾌히 확대 적용해 줄까요?

잠시 한 달 전 상황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장소는 박근혜 의원이 있는 새누리당인데요,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총선 공약으로 '가족행복 5대약속'을 내놓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5대 약속 중에는 '아이 키우기와 직장생활 병행을 통한 당당한 워킹맘(직장인 엄마) 만들기'도 분명히 있었고요.


이미지 - 오마이뉴스


그런데 지난 6월 6일, 새누리당 사무처 노동조합에서는 당 사무처 직원 한 명이 신청한 육아휴직이 거부되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현관문 옆 벽면에 붙였고, 이는 곧 경향신문을 비롯한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며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새누리당이 내놓은 총선 공약의 실천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었지요.
인터넷 매체 프레스바이블에서 소개한 아래의 트위터 글을 읽어 보노라면, 당시 네티즌들의 분노가 얼마나 컸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것도 비판하면 종북이냐?(@sa***),
- 이거 잘 봐라! '가족 행복5대 약속'이라는게 지들 집구석에서도 안 지켜서 이런 대자보까지 나왔단다(@so***)
- 박 위원장, 가족이 뭔지는 알까?(@lk***)
- 이게 바로 정치지, 구라 정치(@se***)
- 새누리당에도 노조가 있군요. 당내에 종북좌파가 있었군요(@l9***)



한편,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뉴스에는 새누리당 사무처 노조 150여 명 중 육아휴직을 취하고 있는 이가 한 명도 없으며,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없게 만드는 조직 분위기와 설사 용기를 내 육아휴직을 신청하더라도 초법적 전횡으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 인사부서의 독단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 노조의 비판도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이튿날인 6월 7일, 새누리당에서는 즉각적인 대처를 통해 진화에 나섰는데요,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이 "당직자들의 육아휴직을 실시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전반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약속"을 했고, 새누리당 사무처 노조에서도 논란이 되었던 여성 당직자의 육아휴직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으니 아마도 통상임금의 40% 급여와 함께 휴직기간의 근속기간 포함도 이뤄졌을 테지요.

하지만 어떻습니까? 새누리당 사무처 직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노조가 때맞춰 대자보를 걸 수 있었던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대선을 앞둔 상황에 당이 내놓은 공약과 부합되는 내용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새누리당에서도 즉시 이 건을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때문에 원만하게 수용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미래를 위한 발전적 정책제시는 끊임 없이 지향되어야 하겠습니다만, 그를 실현시키기 위해 어떤 '채찍과 당근'을 제시할 것이며, 어떤 채널을 통해 이해관계자를 설득해나갈 것이며, 또 어떤 수순을 밟아 진행시킬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국민의 눈높이는 그런 것까지 요구하는 수준에 이르러 있으니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