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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민주당이 우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인사권에 개입하기 시작했는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임기는 우리 새누리당 의원과 당헌, 당규가 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자당 내로 쏠리는 국민적 비난을 회피하고자 상대당 원내대표의 임기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민주당은 오늘 당의 현안브리핑에서도 밝히다시피 대화와 협상파트너인 상대당의 원내지도부에 대해 인간관계의 기본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언급했던 내용입니다. '혹시나' 했던 마음에 너무나도 정확하게 '역시나'로 화답해주는 새누리당입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습니다만, 이러고도 매번 입으로는 '쇄신'을 떠들고 있으니 환장할 따름입니다.

그렇습니다. 불탄은 지금 이한구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말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지난 달 11일에는, 이한구 원내대표가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원내지도부와 함께 총사퇴를 했습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가 나온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전격적으로 열린 기자회견이었지요.

곧이어 다음 날인 12일, 박근혜 의원은 "원내지도부가 사퇴할 일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이한구 원내대표에게 전했습니다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그 다음 날인 13일에도 여전히 재신임을 묻는 의원총회의 결과 여부와 관계 없이 사퇴의 뜻을 바꾸지 않겠다고 재차, 삼차에 걸쳐 분명히 밝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지난 달 15일, 새누리당의 의원총회에서는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데에는 박근혜 의원의 업무복귀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겠습니다만, 야당의 '잘 짜여진 한편의 정치 쇼'라는 비난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는 모양새인 것만큼은 사실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당직자까지도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한 원내대표가 번복하는 것은 결국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당을 두번 죽이는 것이며, 국민은 이를 꼼수나 쇼로 볼 것”이란 말을 공공연히 했을까 싶더랍니다. [ 관련 글 : 새누리당 원내지도부 총사퇴, 진정성 없어 보이는 이유 ]
 
뭐, 여기까지는 어차피 정해진 수순이었을 테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겠습니다만, 이한구 원내대표의 복귀를 박근혜 의원이 7월 임시국회 기간까지로 한정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또한, 박근혜 의원이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들었던 것이 바로 7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이 많다는 이유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결국, 7월 16일 이한구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을 통해 "한 번 뱉으면 꼭 지켜야 되는 것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으나,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당의 명령은 계속 거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는 해명과 함께 복귀에는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이한구 원내대표의 리더십만큼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굴러 떨어진 것 같더랍니다.


어쩌면 박근혜 의원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의 여론을 살펴 이한구 원내대표 체제를 대선까지 밀어부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서병수 사무총장-최경환 총괄본부장으로 이어지는 박근혜 의원의 소통라인을 유지하고 싶을 테니까요. 본인이 선택하고 싶은 인물이 있으면 그의 지역구 방문만으로도 능히 얻을 수 있고,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으면 언론을 통해 슬쩍 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영되는, 그것이 바로 박근혜식 소통법이 아닐런지요. [ 관련 글 : 친박에게만 통하면 되는 거야? 박근혜식 소통정치 ]


또한, 이 같은 결정은 평소 강조해 왔던 소신과 원칙을 강조해 왔던 박근혜 의원의 신뢰가 함께 추락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복귀가 7월 임시국회를 마무리하기 위한 한시적 복귀가 아니라 앞으로의 임기까지 채우는 완전 복귀로 가닥을 잡았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지난 달 30일에는 업무복귀를 하지 않은 진영 정책위의장의 자리까지 이한구 원내대표가 겸임케 했으니 보다 확실해졌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이와 같은 '정치 막장쇼'를 벌이는 새누리당을 향해 야당으로서 비난하는 것은 아주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 것을 두고 맨 처음 언급했던 것과 같은 내용으로 정치적인 억지를 부리고 있으니 불탄이 보기에는 새누리당의 일처리가 외려 기가 막혀 보이더랍니다.

'내곡동 사저 특검'하자는데 김대중·노무현 사저까지 조사해야 하겠다며 어떡해서든 대선 이후로 미루려는 그 치졸함의 꼼수가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식 정치라면, 5.16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반헌법적 사고가 박근혜식 역사관이라면, 사퇴한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불과 20일 전에 밝혔던 입장마저 눈치껏 유야무야 뭉개버리는 게 박근혜식 쇄신과 원칙이라면, 적어도 12월 대선에서 야권이 지는 경우는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결코 발생해서도 아니 될 것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