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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부산일보



얼마 전에 종영된 SBS 드라마 '추적자'가 남겨준 여운이 지금도 여전한 걸 보면 꽤나 강렬했었다는 생각입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이요, 정치권 인사들 또한 드라마 속 상황이나 대사를 인용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을 테고요. 더군다나 시기적으로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있으니 재미와 관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드라마 추적자의 주인공은 형사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웃 아저씨이며, 아내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이기도 합니다. 그런 주인공이 딸을 잃게 됩니다. 너무나 억울한 죽음이었습니다. 곧바로 아내마저 잃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절대권력이 그 딸과 아내를 죽인 살인자였고, 무엇보다 정의로워야 할 법이 공범자였습니다.

결국, 어느 정도의 진실을 밝혀낼 수는 있었지만 죽음이 갈라놓은 딸과 아내는 이미 주인공의 곁을 영원히 떠나버린 상태였습니다. 죽은 딸은 무죄를 선언했지만 현실에서의 법정은 그 주인공에게 15년형이란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는 아주 묘한 캐릭터 하나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법을 믿고, 그 법의 정의로움을 실현하고자 기꺼이 자신의 가족에게도 수갑을 채워야만 했던 열혈 검사가 바로 그입니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를 법정에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죽은 딸과 아내의 억울함을 밝히려 최선을 다했던 주인공 형사, 그런 그를 믿고 끝까지 따랐던 동료, 그리고 최고 권력과 엄청난 금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열혈 검사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물론, 현실이 아닌 드라마였다는 게 가장 큰 성공 요인이었을 테지만 말이죠.

지금껏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3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아 온 현기환 前 새누리당 의원을 부산지검 공안부(부장검사 이태승)가 무혐의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선관위에서 넘긴 증거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혐의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며 줄곧 자신감을 피력해 왔던 검찰의 그 호기로운 출발이 무색해지는 대목입니다.


드라마 추적자 캡쳐 이미지


얼핏, 드라마 '추적자'에서 보았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원숭이에게 법복을 입혀놔도 절대 질 수 없는 재판이라는......

그러니 이번 공천헌금 비리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 모두는 지금이라도 당장 접시물에 코를 박아야 할 것 입니다. 사건 수사에 투입한 인력과 비용 모두가 헛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선관위가 제기한 의혹에서 그리 진전시키지 못했으니까요. 하기사 이와 같은 중대차한 사건을 대검 중수부가 아닌 지검 공안부로 배정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결국 사건은 현영희 의원 선에서 어떻게든 마무리가 될 모양입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현영희 의원은 구속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구속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무조건 사건은 종결지어야 할 테니 이달 말이면 검찰수사에 대한 결말을 볼 수 있을 테지요.

현영희 의원의 개인 비리로 덮힐 가능성이 너무나도 농후해졌습니다만 그래도 기대의 끈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때까지는 '법복 입은 원숭이-검숭이집단'라는 비난도 잠시 미뤄둬야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