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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대선판의 대형 폭탄이 될 수 있었던 안철수 원장에 대한 '대선 불출마 협박' 사태가 어영부영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습니다.

허나, 잠재되어 있는 폭발력만 놓고 보자면 그 누구도 쉽게 예단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것이기에 여·야는 물론, 안철수 원장 측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상황에 따라 박근혜 후보나 안철수 원장 어느 한 쪽에게는 분명히 회복불가의 상처를 입히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사실 '안철수 대선 불출마 협박'을 내용으로 하는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열렸을 때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민행복캠프 관계자들은 '멘붕 상태'에 놓였을 것입니다. 당내 의원들 역시 우왕좌왕 하기는 마찬가지였을 테고요.

하지만, 새누리당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언제나 그랬듯이 박근혜 후보의 입을 통해 흘러 나왔습니다.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아니냐. 이러는 게 저도 이해가 안된다. 압력을 행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 9월 6일 박근혜 후보 ]


그리고 오늘도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면서 전날과 같은 취지의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그러는데 이렇게 확대 해석하는 것이 저는 이해가 안된다. 어제 뉴스를 보고 보니 서로 오랜 친구라는 것 아니냐. [ 9월 7일 박근혜 후보 ]


이러한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그대로 '안철수 불출마 협박'에 대응하는 새누리당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박근혜 후보의 대응방식이 못마땅한 의원들도 있었겠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방송과 언론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서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민주통합당을 향해 "치졸한 공세"로 규정하며, "연민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대입하자면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긴"다는 뜻일 텐데요, 글쎄요...... 이 같은 민주통합당의 대응이 연민을 느낄 정도로 마구잡이식은 아닌 것 같은데 말입니다.

뭐, 중간에 끼워 넣은 "비록 친구 사이였다고 해도 두 사람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구색은 맞추려 했습니다만, "새누리당을 대표할 위치에 전혀 있지 않은 정 위원의 전화통화가 본질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선 현명한 국민들이 정확히 판단할 것"이라며 박근혜 후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더랍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친구간의 사적인 전화통화로 끌고 가면서 '27년 우정'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코메디가 아닐까 싶더랍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협박전화의 당사자인 새누리당 공보단 소속의 정준길 공보위원(아! 오늘 사퇴를 했다고 하니 前공보위원이라 칭해야 맞겠군요?)이 안철수 원장을 검증하기 위해 특별히 영입된 검사출신 인사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금태섭 변호사는 안철수 원장의 네거티브 대응 역할을 자처하고 있고요. 대화했다는 내용을 놓고 보더라도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과 압력을 느꼈던 모양이고요.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이번 사태를 정준길 前공보위원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자행된 것이며, 공보위원에서도 사퇴를 했으니 다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야권에서는 한결같은 박근혜 후보의 꼬리자르기 대응방식을 비난하고 나섰고요.특히나 민주통합당 강기정 최고위원은 정준길 前공보위원을 임명한 사람이 박근혜 후보이니 그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까지 했습니다.


newsSBS드라마 추적자 캡쳐 이미지


드라마 추적자를 보면 절대 권력과 금력에 타협하지 않는 열혈검사가 등장합니다. 엄청난 권력과 금력을 쥐고 있는 자들에게는 항상 힘없고 돈없는 자를 꼬리로 삼는데, 희한하게도 그 꼬리들 모두는 자신들이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것을 모른다고 합니다. 몸통을 위해 거짓 진술을 하는 꼬리에게 이 열혈검사가 밥 시간이 되면 시켜주는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꼬리곰탕'이지요.

앞에서 이상일 대변인이 느낀 연민이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취조를 받느라 힘들었을 테니 꼬리곰탕을 먹으며 기력이나 보충하라는...... 하지만, 그 꼬리곰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최정우 검사님! 비록 꼬리의 처지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꼬리 자르느라 심력이 많이 상했을 박근혜 후보에게도 '꼬리곰탕' 한그릇 시원하게 쏴주지 않으시렵니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