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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SBS뉴스 캡쳐



오늘부터 19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20일간에 걸쳐 열리게 됩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출석할 것이라는 뉴스에 범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왠일인지 국감장으로 향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걸음은 상대적으로 무거워 보입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건 아마도 대선 패배의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니 "친박계 2선 후퇴론", "새판짜기론", "지도부 총사퇴론" 등의 이름으로 "박근혜 빼고 다 바꾸자"고 하는 요구가 그토록 거세게 일어나는 것이겠죠.


쇄신의 이름으로… 내 밥그릇부터 챙겨야


사실 10월 4일에 있었던 경제민주화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자리에서 새누리당 유승민ㆍ남경필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이 중심이 되어 박근혜 후보에게 요구한 전면쇄신의 기치는 일면 뜨거워 보이기도 했습니다. 친박계는 2선으로 후퇴하고, 당 지도부는 총사퇴해야 하며, 중앙선대위 또한 대선필승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다시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소위 친박 실세의 범주에 들지 못했던 의원들로서는 "옳다구나"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제히 이와 같은 문제제기에 공감을 표명하고 나서게 됐을 거고요. 더군다나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이나 돌아온 친박계 유승민 의원도 한팔 거들고 나섰으니 명분도 충분하다 여겼겠지요. 김성태·김용태·김영우 등 서울 및 수도권 의원들과 김희국 등 TK지역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소위 친박계 실세 몇 명이 주무르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대권을 쥐더라도 이들을 비집고 핵심요직에 들어가기란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정치판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대통령의 꿈을 꾸는 것은 당연지사요, 저마다의 머릿속에 대선용 PT자료 한두 개 쯤 담지 않은 이 또 없을 터이니, 이렇게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밖에요. 박근혜 후보의 집권시에는 그에 걸맞는 보상을, 그렇지 못하더라도 당내에서의 입지선점을 노려봐야 할 테니까요. 


꿈쩍 않는 새누리당 지도부, '내가 아니면 안 돼'


허나, 이 같은 당내 움직임을 새누리당 지도부가 모를까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지요.

그래도 이들의 의견을 원천봉쇄할 수 없는 노릇이니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원총회 후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고민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그것도 최고위원회의 맨 앞에 '긴급'이라는 수사까지 사용해가면서 말이죠.

결론은? 당연히 수용불가로 나타났지요.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지도부를 교체하거나 선대위 구성을 새롭게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물론, 정치인의 최고 무기라 할 수 있는 명분, "당내 분열과 갈등의 확산을 방치할 수 없음"을 설파하면서.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의 수용불가 입장 발언은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선거체제에서 당 대표를 바꾸는 것은 당헌상 힘들다… 충정을 담아 선대위에 좋은 사람을 모시는 쪽으로 해야 한다… 2선으로 후퇴하라고 말할 만한 측근이 누가 있는가 - 황우여 대표

지금은 선거체제여서 기존 조직도 선거조직에 흡수되게 된다… 2차ㆍ3차 선대위 인선에서 오늘 의총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하면 된다 - 이한구 원내대표

모두가 화합하고 단합해서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하면서 당을 추슬러 나가야 한다…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면서 힘을 쓸 여유가 없다. - 서병수 사무총장


새누리당 지도부의 입장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표면적으로는 무척이나 정중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전면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설령 집권에는 실패하더라도 당권 만큼은 확실히 챙겨놓겠다는 의지로 읽혀지더랍니다.


불통의 박근혜, "당엔 항상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냐"


역시 박근혜 후보였습니다. "지금은 내일 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 선거를 잘 치러야 할 때가 아니냐"는 말 한마디로 모든 논란을 일축해버렸으니 말입니다.

물론, 박근혜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당내 의견을 무시하는 쪽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반론의 허점까지도 허용치 않는 대단히 절제된 입장표명이었음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입으로는 미래를 말하면서, 표의 확장성을 도모한다는 미명하에 추진하고 있는 중앙선대위 인선작업조차 과거로의 회귀로 비칠 뿐이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으리오. 


이재오의 독설, "당내 통합도 못하는데 국민대통합이 쉽겠느냐"


확실히 이재오 의원에게는 '자전거 민심'과 이재오식 화법에 등장하는 '깜이엄마'의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이미지 - 시사 및 정치 논평 팀블로그, 올바른여론


특히나 이재오 의원이 깜이엄마를 트위터 등장시킬 때는 그 독설의 수위나 은유의 수법이 무척이나 매섭다는 생각입니다.

이번에도 이재오 의원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새누리당 상황과 박근혜 후보를 향해 독설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당내 통합도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대통합을 할 수 있겠냐는, 대선이 코앞인데 이제와서 친박계 2선 후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요, 굳이 깜이엄마를 등장시키지 않았음에도 박근혜 후보에겐 무척이나 아프게 들렸으리란 생각입니다.


김종인, "경제민주화 의지 없는 새누리, 더 이상 이렇게 일할 수는 없다"


사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새누리당과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에 대한 우려를 블로그에 담은 적도 있었고요. [ 관련 포스트 : 위태로운 김종인의 10.26사태, 팽 당할까 떠나갈까? ]

그런 김종인 위원장이 참 많이도 참고 있었나 봅니다. 이번 의원총회의 주제가 경제민주화였는지라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내심 기대를 많이 했을 터인데, 지금의 새누리당에는 경제민주화의 의지가 전혀 없음이 확인되었으니까요. 결국 김종인 위원장의 입에서는 새누리당과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겠다는 탄식의 목소리만 터져나올 밖에요.

상황이 이렇다면, 향후 남경필 중앙선대위 부위원장에게 어느 정도의 여파가 미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보다 확실한 것은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합의해 나갈지에 달려 있겠지만 말이죠.


이상과 같이 새누리당은 내부 분열과 외부 압박 속에 국정감사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대선전초전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를 리 없는 새누리당이지만, 그렇다고 어떤 해결책을 마련하기에도 어려움이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답은 분명히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도 말을 해주고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현재 새누리당이 맞닥뜨리고 있는 대선필패의 위기감, 그리고 당내에 확산되고 있는 분열의 조짐, 이 모든 것의 진원지가 바로 박근혜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11총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박근혜 개인사당화의 후폭풍이었던 것입니다. 비록 그것이 총선승리의 달콤한 사탕을 움켜쥐기 위해 부득이하게 취해진 독배라 할지라도.

지금이라도 박근혜 후보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찾고 바꿀 수 있어야 하는데 불통의 박근혜 후보로서는 영영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설령 찾아낸다손 치더라도 지금에 와서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습니까마는.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