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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SBS



거의 모든 언론매체가 박근혜 캠프 선대위의 인선 마무리를 다루며 그 숨은 의미를 찾고자 분주한 가운데 느닷없이 새누리당이 설화에 휩싸이게 생겼습니다. 늘상 중요한 고비 때마다 스스로 자폭하는 모습을 연출했던 새누리당인지라 그리 놀랄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하필이면 박근혜 후보가 호기롭게 출발시킨 정치쇄신특위의 남기춘 클린정치위원장이 그 폭탄의 주인공이라니요? 그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풉~'하는 실소만 터져나올 따름입니다.

가뜩이나 지금의 여론은 박근혜 캠프가 출범시킨 정치쇄신특위에 대해 결코 호의적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아니, 비난의 강도가 점점 들끓고 있는 상황이라 해야 옳을 테지요. '국민대통합'과 '정치쇄신'을 대선 승리의 양대 키워드로 삼고 있는 박근혜 후보가 가장 공을 들였던 조직이 바로 정치쇄신특위였는데, 산하에 클린정치위원회라는 기구를 두는 것만 보더라도 정치쇄신보다는 네거티브 대응팀이란 이름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즉, 검사·판사 출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클린정치위원회를 두고 박근혜 후보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차단하거나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니 이게 정치쇄신과 무슨 관련이 있냐는 것입니다. 그러니 트위터 타임라인에도
새누리식 정치쇄신의 궁극 목표는 긴급조치의 부활, 정치 검사들 불러 모은 진짜 이유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겠죠.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새누리당, 엽기적이네요. '정치쇄신위'가 자기들 쇄신을 위한 것인 줄 알았더니, 주로 국민을 고소하는 일을 하는 덴가 봐요"라는 비난 트윗에 공감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남기춘 클린정치위원장은 10월14일 오늘, 새누리당 자폭특공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나섰습니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간에 있었던 'MBC 지분 매각 비밀협상'에 대해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하는데요, 그 참을 수 없는 경박함에 진저리가 쳐지더랍니다.


- 법률적으로 보면 취소권을 행사해야 하나 이를 행사할 기간이 있다. 취소할 수 있는 때로부터 3년, 법률행위로부터 10년인데, 이 기간(공소시효)이 모두 다 지났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없다
 
- 후진국 같았으면 박정희 국가재건최고위 의장이 의장 자격으로 자기 이름으로 하고 자기가 먹어버리면 그만이었을 것이나 박정희 대통령은 개인이 먹지 않고 공익재단을 만들어 먹어버렸다

- 총이 있으면 '확'(총구를 들이대는 자세를 취하면서) 옛날처럼 다시 (장학회를) 빼앗아 오면 되는데, 총으로 빼았겠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


이 외에도 남기춘 위원자은 생뚱맞게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대한 비난과 함께 만사올통 서향희 변호사를 향해서도 "그냥 가만히 처박혀 있는 게 나아요"라고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향희 변호사가 자중해야 한다는 의미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처박혀 있으라는 말은 심해도 너~무 심했지 싶더랍니다.

이날 남기춘 위원장의 막말의 백미는 따로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여기자에게 맥주를 따라주면서 했던 "한 살이라도 젊은 남자가 따라주는 게 맛있겠죠?"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하기사 이것 또한 한나라당에서부터 내려오던 새누리당 DNA로 치부한다면야 그리 크게 호들갑 떨 필요는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남기춘 클린정치위원장이 보여준 극에 이를 정도의 천박한 위엄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