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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뉴시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앞길에 먹구름만 가득합니다. 지금껏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딴지를 걸던 이한구 원내대표가 뒤로 물러나면서 숨통이 트이는가 했더니 박근혜 후보가 공약위원회를 설치, 위원장으로 앉아버렸습니다. 사실상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공약위원회의 최종 검토와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뜻일 겝니다. 당연히 김종인 위원장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사실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지게 될 지 지금으로선 예단하기 힘듭니다. 허나, 나름대로 준비를 해왔으니 어떤 형태의 정책이든 하나씩 터뜨려 나갈 타이밍을 살폈을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약속했으니 만큼 내심 재벌들이나 당내 보수세력에 대한 중재를 기대하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한구 원내대표의 2선후퇴 조치는 김종인 위원장으로서는 절대 만족할 수준의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역할행사를 가능케 하는 듯 보였습니다. 업무로의 복귀와 함께 야심차게 지금껏 준비해 온 경제민주화 정책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박근혜 후보의 공약위원회가 발목을 잡고 나선 것입니다.

뒤통수 한 대 제대로 맞은 김종인 위원장입니다. 허나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여성 기업가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그로기 상태로 흔들리고 있던 김종인 위원장을 향해 또 한 번 카운터 펀치를 날렸으니 그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를 강제하는 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재벌옹호 발언이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박근혜 후보가 선택한 카드라는 것은 공약위원장으로서 직접 김종인 위원장과 대립하기 보다는 이렇게 슬쩍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을 끼워넣는 것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박근혜 후보에게는 경제민주화가 선점해야 할 의제 중 하나일 뿐, 실천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이니까요. 이렇게마나 지속적으로 논란을 만드는 것도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잘 안되나 보네'라는 인상을 심어주고픈 것일 테고요. 여론의 상황이 나빠지면 그때 가서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김성주 선대위원장 개인의 것이었다며 '모르쇠 전법'에 한 번 더 기대면 될 테니까요.

만일 그와 같은 의도가 박근혜 후보에게 없다 한다면, 그동안 본인이 주장해 왔던 경제민주화 실천의지에 배치되는 김성주 선대위원장의 입장 발언에 유감 표명을 했어야 옳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과 같은 민감한 시기에 그와 같은 행동은 '암묵적 동의'라는 뜻으로 비치기 십상인데 말입니다.

결국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가 갖는 의미는 줄푸세에 또 다른 이름일 뿐, 그 이상의 가치는 없어 보입니다. 잘록해진 중산층 실종사회, 양극화와 부익부가 극심한 경제에 그나마 처방전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경제민주화라고 한다면 재벌옹호론을 펼치고 있는 박근혜 캠프에게는 대선승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쥐고 있어야 하는 계륵일 따름이겠죠. 졸지에 계륵이 되어 버린 김종인 위원장의 결단이 머지않은 이유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