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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경향신문



10월17일, 유신헌법 40년을 맞는 날입니다. 국회해산을 통한 영구집권 체제를 갖추려 했던 바로 그날로부터 벌써 40년이나 흘렀습니다. 경제성장이란 미명 아래 자행되었던 인권민본의 탄압과 민주주의의 사망을 이제는 어루만져 부활시켜야 할 때입니다.

허나, 여전히 이 나라, 사회 곳곳에 잔재해 있는 유신의 찌꺼기는 소멸하기는 커녕 점점 그 힘을 키워가고 있는 듯합니다. 정치인으로, 관료로, 교육자로, 언론인으로 그 검은 속내를 감춘 채 철저히 암약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절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이미 청산되었어야 할 것들임에도 어쭙잖게 내세운 용서와 화합으로 더 큰 생명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정수장학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 박정희가 권력으로 강탈한 정수장학회만으로도 충분히 지탄을 받아 마땅하거늘, 어찌 대선을 두 달 남겨놓은 지금 시점에 '지분팔이'에 나설 수 있단 말입니까?

정수장학회가 보유하고 있는 MBC 주식 30%는 경남지역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위해, 부산일보 주식 100%는 부산지역의 노인정 지원하기 위해 처분하기로 했다는 한겨레 특종 보도를 접하는 순간 "정수장학회는 나와 관계 없다"고 주장하던 박근혜 후보의 숨겨진 민낯을 본 것만 같아 외려 불탄의 얼굴이 화끈해지더랍니다. 배재정 의원이 공개한 이창원 정수장학회 사무처장, 박근혜 캠프 기획재정 특보 최외출 영남대 교수, 박근혜 캠프 메시지 담당 보좌관 정호성 씨의 전화통화 내역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근혜 캠프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관련 없다는 것을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입장 발언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기에도 너무 심해 보이는 그들의 '엇박자 브루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황우여 / 새누리당 대표 ·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최 이사장이 내년 3월에 그만둔다고 하니까 좀 당겨서 먼저 그만두는게 어떻겠느냐

이 문제는 이사회에서 논의해 박근혜 후보를 정말 도와준다면 말끔하게 잘 정리하는게 좋겠다.


정우택 / 새누리당 최고위원


당에서 먼저 얘기해 이사진들이 퇴진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만약 그렇게 해도 안 된다면 박 후보가 나서야 한다.

박 후보가 우회적 표현보다 더 강하게 실제로 최 이사장의 함자를 거론하면서 물러나줬으면 좋겠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심재철 / 새누리당 최고위원


국가를 살리기 위한 봉사를 부탁하고자 한다.

국가 발전을 위해 (최필립 이사장이)사퇴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김용갑 / 새누리당 상임고문


MBC 지분매각설이 나와 문제를 더 확대시켰다.

박 후보가 더이상 침묵할 수 없고 강하게 사퇴할 것을 종용해야 한다.


안대희 / 박근혜 캠프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정서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후보도 현재 '최필립 이사장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잘 풀릴 것이라 믿는다.


한광옥 / 박근혜 캠프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들이 박 후보가 오해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자진사퇴)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금껏 정수장학회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 온 박근혜 후보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말마따나 "마치 아침식사 하다말고 갑자기 돌아앉아 '나는 가족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에 다름 아니기도 하고요.

어쨌든 국민의 관심은 10월17일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의 입장 발언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해서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니까요.

허나, 새누리당 지도부와 캠프 관계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바와 같이 박근혜 후보가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여부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절대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 없을 텐데요, 그래서 더욱 박근혜 후보가 들고 나올 해법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나 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