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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뉴스1



박근혜 후보와 캠프, 새누리당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속된 방어적 입장을 공세로 전환하기 위해 끌어들인 <노무현 NLL> 이슈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내 분란을 수습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갈 지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유용했겠습니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속속 드러나는 사실관계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하기사 박근혜 후보로서는 무척이나 답답할 것입니다. 언제나 든든한 후광이 되어줄 것 같았던 아버지 박정희는 본인의 판단과는 달리 시대의 독재자와 인권탄압의 대명사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보진영에서는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보수진영에서는 치적에 대한 배신감을 안겨주게 되었으니까요.

과거사의 연장선에 있는 정수장학회 관련 문제가 크게 이슈화할 조짐이 보이자 어쩔 수 없이 <노무현 NLL)을 꺼내 들었습니다만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녹취록은 대화록으로 급히 말을 바꾸고, 대화록 폐기 지시는 영토 포기 발언을 했느냐의 여부로 전환했으니 이쯤 되면 '거짓말 양치기 소년'의 재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원세훈 국정원장과 류우익 통일부장관의 각종 증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발을 빼기 힘든 형국이 되어버린 것 같고요.

결국 적극적 방어에 치중했던 민주당은 공세의 칼날을 박근혜 후보와 캠프, 새누리당을 향해 서슬 퍼렇게 겨눠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먼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난 2002년 5월13일에 있었던 박근혜 후보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밀회담과 관련해 강도 높은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했다는 최첨단 녹음기와 보석함을 통일부에 사후보고 하지 않았던 사실과 관련, "1급 비밀도 아니고, 국가보안법상 최고형도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국정원장에게 질문을 했고, 국정원장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뭐라 말할 수 없다"는 부정도 긍정도 아닌 모호한 입장만 밝혔다지요?

이에 반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은 국정원과 대통령 기록물보관소에 대화록으로 보관되어 있는 명백한 1급 비밀이며, 30년 동안 비밀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진보정의당 유시민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행태를 국가기록원과 국정원에 가서 떼쓰는 꼴에 비유하며, NLL을 포기 발언 등이 없을 경우 "국가운영의 근본 틀을 무너뜨린 행위에 대해서 박근혜 후보는 사퇴하는 게 맞다"고까지 했고요.

그래서인지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에서도 NLL 공세의 중단과 이슈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까지 "NLL은 정치가 아니라 국가 안위에 관한 문제인데 그것에 대해 확실한 답도 못하는 야당"이라며 적극적으로 NLL 논란에 가세하고 있는 마당인지라 쉬이 발을 빼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어부지리론'에 힘이 실리는 대목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진영에서는 새누리당이나 보수진영이 선거 때마다 불지피는 종북몰이·색깔론에 이미 완벽한 내성을 갖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동적 방어와 논란 억제에 급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방어와 논리를 앞세운 역공에 나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니 박근혜 후보와 캠프에서는 조급증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 따른 무리수를 많이 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박근혜 캠프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기자 간담회가 별 영양가 없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고요. 구체적인 정치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기자 간담회를 가진 안대희 위원장에게 그렇다면 "왜 굳이 오늘 간담회를 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하도 여러분이 뭐하고 있느냐고 해서…"라는 궁색한 답변만 했다고 하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지요?


이한구 트위터 캡쳐 이미지 - 뉴스엔


범야권의 후보 단일화에 모든 이슈와 의제가 묻히고 있는 요즘, 박근혜 캠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스런 이슈와 의제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정수장학회 강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부각시킨 김지태 친일 논란은 외려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 행각으로 옮겨 붙었으며, 민주당 김광진 의원의 '명박급사' 리트윗 논란은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러니 노무현 개xx지. 잘 뒈xx" 리트윗을 다시 한 번 재조명하게 만들 뿐이니까요.

박근혜 캠프가 정치쇄신의 결정판이라 주장하고 있는 '여성 대통령', 과연 한 나라의 공주님에서 퍼스트 레이디로 숨겨진 시간과 집권 여당의 2인자로 평생을 살아온 박근혜 후보와 얼마나 부합되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