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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탁현민 행정관 임용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누군가는 정치적 목적으로, 또 누군가는 탁 씨의 여성혐오나 성의식 때문에,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중앙·문화 등 메이저 신문사 기자 출신이자 <고일석의 마케팅글쓰기>를 운영하고 있는 고일석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불탄 역시 많은 부분 공감하는지라 이렇게 옮겨 적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고일석 기자 페이스북 : 탁현민이 물러나야 한다면

→ NewBC뉴스 기사보기 : 탁현민이 물러나야 한다면


공무원 임용 규정이라는 것이 있다. 무슨 형을 받은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무슨 징계를 받은 지 몇 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또 어떤 어떤 이유를 가진 사람은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장관급의 고위공직자들에게는 그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래서 청문회라는 것을 한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럴 만한 이유"라는 것는 사회적 합의를 말한다. 장관 청문회라는 제도가 생긴 것은 "고위공직자들에게는 공무원 임용 규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의 도덕성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고, 청문회 때마다 부동산 투기, 병역 면탈, 세금 탈루 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행위를 한 자가 고위공직에 취임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탁현민 논란이 거세다. 그의 과거 행적과 발언들에 대해서는 여러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비난하는 것과는 달리 사퇴를 요구할 때는 여러 가지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무원 임용 규정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범위를 장관급이 아닌 그 이하의 직급까지 확대시킬 것인지, 어느 직급 어떤 직무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 직무관련성을 감안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등등. 또한 어쩌면 탁현민이 청와대 행정관이 아니라 어느 부처 산하 임시 기구의 2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됐다면 논란이 덜 했을 수도 있으므로 직급과 직무 외에도 근무처까지 따져야 한다.

장관급 공직자는 많아 봐야 스물 여댓 명이기 때문에 명시적인 규정을 둘 필요까지 없을지 몰라도, 규정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공직의 범위를 그 이하로 낮추게 되면 대상자가 수백에서 수천 명까지 늘어나므로 이는 필연적으로 명시적인 규정이 추가로 필요하게 된다. 헌법에서부터 법률, 조례, 주민센터의 사무규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규정들은 최초에 지금과 같은 논란으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탄생했고 변천해 간다. 따라서 모든 사회적 논란은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탁현민 사퇴 요구가 광범위한 사회적 동의를 얻게 되면 그런 명시적인 규정이 생기기 전이라도 탁현민은 물러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형평성이라는 또 다른 기준에 따라 향후로는 청와대 2급 행정직에 준하는 직급의 승진과 임용 인사에는 해당 여성관을 점검하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여성관이라는 기준을 적용시키는 대상을 오로지 탁현민이라는 특정 자연인에게만 국한시킬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탁현민 문제는 사회적 논란이 되어 있다. 이 논란은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각 개인은 이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든지. 어떤 입장이든 최소한 위에서 짚어본 점들을 두루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개개인의 입장과 결정이 일정 정도 이상 결집되어 있는 상태를 사회적 합의라고 한다.

혹시 탁현민에 대한 비난이 타당하더라도 이러한 고려 없이 그의 공직 적격성을 논하거나, 탁현민만 물러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나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공무원 임용 규정에서 정하는 기준 이상의 도덕성을 직무관련성과 무관하게 차관 이하의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것을 반대한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