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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머무는 건 언제나 황폐한 흔적. 그것이 블로그스피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고독하기만 한 존재가 바로 시사블로거들이기 때문입니다.

불탄이 시사 쪽에 집중하며 글을 쓴 것은 이제 겨우 1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전까지는 원래 글쟁이로 살기를 소망했던지라 이런저런 잡글을 쓰거나,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근 20년 동안 업무해 왔던 마케팅 및 기획 파트의 글을 정리하는 것으로 만족해 왔었으니까요. 그러다 지난 해부터 MB정권에 대한 심판과 박근혜로의 정권교대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부족하나마 나름대로의 의견을 블로그를 통해 피력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선거는 끝났습니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부터 개표에 이르기까지 영 개운치 않은 것들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소원하던 결과와는 다르게 나타날 것 같습니다. 공중파 방송 및 주요 일간지를 비롯한 메이저 언론과 아무리 임기말이라 할지라도 MB정권이 갖고 있는 힘은 그만큼 엄청나다는 뜻이겠지만 말입니다. 마치 무더기 무효표가 내비치고 있는 비웃음처럼.


12월 19일 오후 11시 중앙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 캡쳐 이미지


문재인 표는 미분류(?)표로

무효표는 박근혜 표로


그래서 걱정입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재갈을 물리려는 세력과 어떡해서든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내려는 민초들의 저항이 충돌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차라리 그리한다면 내일에 대한 일말의 희망이나마 가져볼 수 있겠습니다만, 이쯤에서 아예 절필을 하게 될 가능성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 언젠가처럼.

그래도 사랑하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불탄이 사랑하는 나라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요, 이를 기회로 더 민주적인 발전을 이루게 되리라는 허망한 기대라도 가져야겠기에 말입니다. 어차피 한 나라의 지도자라는 것은 백성의 수준에 맞춰진 것이라 했으니 더욱 성숙된 국민의식이 요구되는 오늘이겠지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개인적인 부탁을 하나 하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사회를 보고 경제를 느끼며 정치를 논했던 그런 분들께 말입니다. 아무리 입에 재갈이 물리는 암흑시대가 도래하게 될 지라도 스스로가 먼저 포기하거나 회피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질 수밖에 없었던 오늘을 밟아야만 이길 수 있는 내일을 그려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비록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불탄의 경우와 같이 지금껏 써왔던 글들이 관리자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 되는 걸 힘없이 볼 수밖에 없게 되더라도, 함께 어깨 걸고 나아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진 바 힘이 너무나 미약한 변방의 듣보잡 블로거밖에 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감히 힘있는 파워 시사블로거님들께 다시 한 번 부탁을 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 해줄 수 있으시죠?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