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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실패를 하고 나면 회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특히나 선거에서의 패배가 남기게 될 그 지독스런 상처는 미처 경험하지 못했다손 치더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서로가 상대방의 목줄기를 물어뜯고 있는 상황입니다. 흡사 자동차 접촉사고 현장에서의 '목소리 큰 놈이 장땡'과도 같아 보입니다. 친노가 어쩌고 비노가 어쩌고는 그나마 양반입니다. 왜 박근혜 당선자처럼 국회의원 자리를 던지지 못했냐며 지금이라도 버릴 것을 주문하는 띨빵한 놈이 있는가 하면,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이 문재인 낙선자에게 90%가 있다는 고도의 수리적 계산서를 내놓는 병딱이도 등장하고 있는 판입니다.


이미지 - 한겨레



그래요. 다 좋습니다. 그리라도 해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려는 게 바로 정치인으로서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요, 정치동물적 후각이라 한다면 말입니다. 굳이 이해할 필요까지는 없겠으나 그렇다고 싸잡아 매도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낙선자 문재인은 회피도 도망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는군요. 선대위 관계자와 지지자들에게도 정중하게 낙선사례를 하며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고 하고요. 가히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꾸며진 헌정 뮤직 비디오 '다시, 사람'에 꼭 어울리는 행보라는 생각입니다.





불탄의 마음 속 세 번째 대통령인 문재인은 오늘 시민캠프 해단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민주당만의 힘만으로는 새정치, 정권교체를 해내기 어렵다는 말을 했습니다. 다시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희호 여사를 만난 자리에서는 정권교체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것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이미지 - 서울경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미리부터 고개 숙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문재인의 새정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못다 한 열망은 잠시 뒤로 물려놓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자꾸만 벌떡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는 것도 차츰 익숙해질 테고요.

그러니 이렇게 조금씩 앞을 향해 걷다 보면, 아울러 간절히 원하고 바꿔가다 보면, 그리 오래지 않아 제3기 민주정부도 맞게 될 테지요. 우리 모두가 <사람, 다시>에 나오는 '맑은 눈의 아이'가 되기에 주저함이 없다면 말입니다.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