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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들아!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자녀를 바라보는 것만큼 부모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단다. 확실히 나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생활하길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의 바람이겠지. 그러니 배를 깔고 엎드린 채 산수를 하든, 이미 어질러진 책상에서 만물박사 문제집을 풀든, 여하튼 그런 모습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흐뭇하다는 생각이다.

허나, 
다른 한켠에서는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단다. '잘 키워야 될테데...', '남 부럽지 않게 해줘야 할텐데...' 라는 걱정이 시시때때로 찾아오기 때문이요, 갈수록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이란다.


사랑하는 내 딸들아!

아빠라는 존재, 그토록 무겁고 힘든 자리임에도 어쩌면 너무나도 쉽고, 안일한 상태에서 차지한 게 바로 아빠이지 싶단다. 물론, 너희도 알다시피 아빠에게도
아버지가 계시고, 어머니가 계시지. 너희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란 이름으로 생활 깊숙히 함께 하고 계신 분들이시란다.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지금도 여전히 건강하시고 너희들을 예쁘게 감싸주셔서 얼마나 고맙고 다행인지 모른단다.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너희가 자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까지 이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기를 그 어느 것보다 소망하고 있단다.



여기는 청주 충북대학교 중문 쪽에 위치한 "꼬불꼬불"이라는 음식점, 너희가 무척이나 좋아라 하는 음식점이다.
철판구이와 전골을 주 메뉴로 하는 이곳의 사장님과 사모님도 너희를 무척이나 예뻐했었지.

음… 이곳을 처음 찾았던 때가 언제였더라? 아! 맞다, 바로 그 때였지.
너희에게 이곳의 철판구이가 매울 것 같아 주문을 하고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우리 가족 테이블을 지나치던 사장님이 '아이 밥'을 만들어 주셨었지. 김가루와 간장, 참기름으로 간을 한 흔한 밥이었지만, 그런 배려가 아빠는 무척이나 고마왔단다. 물론, 너희도 어린 아이에겐 다소 매울 법한 철판구이를 '아이 밥'에 얹어가며 맛있게 먹었던 것, 기억날 게다.



오늘도 너희는 어느 정도 배를 채웠는지 이렇게 스케치북과 연필(볼펜이었나?)을 꺼내 뭔가를 쓰고 그리고 있고, 그런 너희를 아빠는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단다. 그러다 아빠 딴에는 무척이나
예뻐보인 탓에 사진 한 장 찍자 부탁을 했고, 너희는 "딱 한장만.."이란 짧은 대답과 함께 이런 포즈를 취하더구나. "허허~~ 고놈들 참! …이젠 아예 아빠랑 협상을 하자네요?"
 

사랑하는 내 딸들아!!

아빠는 말이다. 너희들이 어떤 모습을 하던, 어떤 투정을 하던 너희들을 정말로 사랑한단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런 행복을 마음껏 누기고픈 욕심이 있단다. 그러니 너희가 언제나 아름답고 따뜻한 꿈만 꿀 수 있기를 아빠는 진심으로 바란단다. 너희 웃음을 보는 것만으로 아빠는 충분히 행복하니까.


- 08. 11. 03. 아빠가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