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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세상살이
속고 속는 세월에
나 그립도록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아

 

고독하고 괴로울 때
언제나
밝은 등불 되어준 사람
초승달 넘어갈 때까지
그리워 불러 본 사람아

 

아프고 슬플 때
큰 힘이 되어준 사람
마주앉아 술잔 건네받던
그날을 떠올리며 그려 보는 밤

 

추울 때나 더울 때
우리는 마음을 주고받은 사이
오늘 같은 날
보고 싶은 그 얼굴 그 모습

 

한 잔의 술 사랑을 담고
그리운 당신을 담아
짜릿한 맛에 정신 흐려져
가물가물 떠오르는 사랑하는 사람아



        詩人 전영애(全英愛)

 

        필    명 : 詩月
        출    생 : 1954년 9월 15일生
        출 생 지 : 강원도 정선


        2002년 늘푸른동호인 문학지에 겨울 여심 外 3편 발표
        2003년 삶의무게 外 2편 발표
        2003년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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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애타게 갈구하며 목울음에 걸리는 것.
언제나 사랑은 그런 거다.
세월이 주는 무게감과 세상이 주는 궁핍함 속에서도
의연하게 한 곳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삶을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몇 겁의 세월이 흘러도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피로, 먹물로, 열매즙으로, 잉크로.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을 놓아 부르짖었는가.
인간이 만들어지고, 또는 진화해 가면서
그렇게 세우고 갈리고 벼려진 사랑의 표현은 또 얼마나 공기 중에 떠돌았을 것인가.


시인은 '아리랑'의 고향, 정선에서 태어났다.
역사가 남북의 부모, 형제에게 몸부림과 칼부림, 총부림을 강요했던 시대를 겪고
휴전협정을 맺었던 그 다음 해였으니 얼마나 혼란스럽고 피폐했었을까?


그 속에서 시인은 개울의 소리를 시어로 남겼을 테고, 계곡의 울림을 산문으로 들려줬을 테지.
그렇게 척박한 땅을 갈아 생명을 잇는 풀뿌리를 어루만지고, 열매를 씹었을 테지.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동안은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을 거야.
아마도 시인은 그 사랑이 주는 애틋함을 사실적 묘사와 절제된 언어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표현했겠지.


바다를 떠난 물은 더 이상 바다라 할 수 없다.
시인을 떠난 시어는 더 이상 시인이 될 수 없다.
온전히 읽고 감상하는 사람의 것으로서의 새로운 말이 되고 변화한 모습이 된다.


나를 그리는 사랑에게, 내가 그리워하는 사랑에게, 사랑을 감춰진 탄식으로 불러본다.
사방에 막힌 어둠에서 간절한 것은 빛 한 조각.
사방에 둘린 사막에서 간절한 것은 물 한 모금.
그렇게 사랑은 절망을 안게 될 때 더욱 강력한 희망이 되고 목표가 된다.
사랑은 항상 넘칠 때보다는 부족할 때 간절해진다.


음력 초사흗 날.
저녁 무렵 서쪽 하늘로 낮게 보이는 초승달은 미인의 눈썹을 닮았다.
그리움의 사람을 어둠이 내리고 칠흑이 되는 시간까지 낮부터 얼마나 부르고 불렀을까?
정을 담뿍 담은 술잔을 건네며 나눴을 그 날의 밀어를 또 얼마나 듣고 싶었을까?
몸 주고, 마음 주고, 사랑까지 준 사람이 얄밉다고 노래하는 유행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으로 가득 차있는 마음에 허허롭게 밀려오는 그 그리움은 또 얼마나 깊었을까?


그날 나누었던 것이 꼭 술잔만은 아니었으리라.
가슴 떨려 고백하지 못한 말이 바람에 실리고, 부끄러워 바라보지 못한 눈동자가 달빛에 숨었을 거다.
그러니 이제라도 그때 채 나누지 못하고 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전부를
술잔을 핑계로 모두 갖춰 담고 싶었을 거다.


보고파 그리는 마음까지 한 잔의 술에 실어 목으로 넘기고 가슴으로 담았으니
얼마나 가물대며 그 사랑이 간절할까. - 090930 불탄(李尙眞)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