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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촛불시민의 마음을 이제서야 읽은 걸까요? 시쳇말로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고 너무 늦은 걸까요? 아니면 이제라도 야성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다행스런 것일까요?

일단 국정원 게이트 민주당 국조 특위는 결사항쟁의 모드를 탑재시킨 모양입니다. 먼저,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전문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양보는 없다

29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인 및 참고인 채택이 불발된 것에 통탄을 금할 길 없다. 특히, 양당 간에 합의된 증인 채택까지 무산시키며 국조특위를 무력화하려는 새누리당의 몽니와 꼼수는 국민적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국정원 국조특위를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에 요구한다.
 
첫째, 새누리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흥정 카드로 삼지 말라.

새누리당은 이 두 사람을 민주당 현역의원을 불러내는 흥정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 그러나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은 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에도 이미 명시된 사람들이다.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문 제목에 들어간 사람들이고, 이번 국정조사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두 사람을 흥정카드로 쓰는 꼼수를 즉각 중단하고 양당 간에 이미 합의되었던 증인 18명과 원세훈, 김용판 두 사람을 포함해 총 20명에 대한 증인 채택에 즉각 합의할 것을 요구한다.

또,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와 관련해 요구한 국정원 측 증인은 여직원 김모씨 단 1명 뿐이다. 국민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민주당은 진실 규명을 위한 증인 채택을 추가로 요구해왔고,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응할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둘째, 김무성 의원, 권영세 대사를 핵심증인으로 채택하는데 즉각 합의하라.

NLL 대화록 불법 유출 뿐만 아니라 김용판 전 청장의 경찰 수사 축소, 은폐 그리고 허위 수사 결과 발표 과정에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당시 선대본부장), 권영세 대사(당시 총괄상황실장)이 연루되어 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두 사람을 핵심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 이를 수용할시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민주당 현역의원을 동수로 청문회장에 내보낼 의향이 있다.
 
셋째, 채택된 증인의 출석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국조특위의 최종목표는 단순한 증인채택이 아니라 청문회장에 나와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다. 즉, 채택된 증인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증인 채택의 이유가 없는 것이며 국조특위의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는 벌써부터“원세훈, 김용판이 재판중인 상황인데 나오겠느냐”,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나오겠느냐”며 공공연하게 나오지 말라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민주당에서는 상당한 유감을 표명하며 증인들이 불출석할 시, 새누리당이 동행명령 등 위원회 의결로서 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문서로 확약해 줄 것을 요구한다.

우리 민주당은 국정원 국조특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원활하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새누리당의 몽니와 꼼수에 마지막으로 경고하며 이와 같은 세가지 사항에 대해 새누리당이 즉각 합의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

이를 거부할시 우리는 국회의 역할과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는 새누리당의‘정치 폭력’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중대 결심을 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기자회견을 마친 정청래 의원의 착잡한 심정은 기자들로 둘러싸여 있는 그의 붉어진 눈시울에 잘 나타나 있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핵심증인에 대한 채택도 하지 않는 새누리당에 대한 분개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온 시민들의 관심이 몰려있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명쾌하게 풀어가지 못한 답답함 때문이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이미지 출처 - 연합뉴스


그렇게 잠시 울먹이던 정청래 의원의 입에서는 "중대결심"이란 말을 흘려냈습니다. "마이크를 접고 촛불을 들고 싶은 심정"이란 표현을 통해 장외투쟁의 뉘앙스를 슬쩍 비치기도 했고요.

이보다 앞서 있었던 전병헌 원내대표의 원내대책회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집니다. 새누리 국조 특위 위원들을 향해 "분노 폭발의 임계점이 36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오는 7일부터 열릴 증인청문회의 증인채택과 관련, 빠른 합의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띄웠으니 말입니다. 아울러 정청래 의원의 "중대결심"과 같은 느낌의 "어떤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지요. 신기남 국정원 국조특위 위원장이 특위 위원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니 당력을 모아달라는 주문도 같은 맥락이란 생각입니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실종과 관련한 특검법'을 발의함으로써 검찰수사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모양입니다. 여차하면 국정원 게이트에 특검을 요구하고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일 텐데, 어째 새누리가 취한 검찰수사 행보의 뒷북으로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씁쓸할 따름입니다.

더 이상의 미온적인 태도는 민주당에게는 백해무익합니다. 새누리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을 여기에서 더 보여준다면 정말로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차라리 광장정치가 발휘하는 응집력과 파괴력에 최후의 승부를 던지는 편이 훨씬 성공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어쩌면 그마저도 이미 늦었을런지 모르겠습니다만.




Posted by 불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