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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게이트를 규탄하는 목소리에 언론인 1954명이 힘을 보탰습니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이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과 언론의 외면으로 묻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군사독재시절에도 언론의 탄압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총칼로 위협하는 그 시절 공안정국 속에서도 언론인들은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며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를 끊임없이 냈었고, 그로 말미암아 결국 일정 부문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29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보수언론(이라고 쓰고 수꼴찌라시라고 읽습니다)을 향해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언급했던 내용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 할 것입니다.;


박영선 의원 트위터 캡쳐 이미지


1980년대 '전땡' 뉴스가 있었을 때는 기사검열이 있었을 정도로 언론통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젊은 기자들의 거센 저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9시 뉴스데스크는 비록 검열 속에 나갔지만 마감뉴스는 틈새가 있었습니다. - 박영선 의원 트위터, <언론을 말한다>3


부장이 퇴근한 이후 젊은 기자들은 남아서 진실을 말하기 위해 몰래 기사수정 작업을 했습니다. 하루에 한 건이라도 9시뉴스에서 못다한 진실을 담은 뉴스를 내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습니다. 물론 그 다음날 편집회의에서 엄청나게 혼나고 인사조치도 됐지요. - 박영선 의원 트위터, <언론을 말한다>4


그러나 모두 합심해 인사조치되면 또 그 다음 사람이 그 일을 이어갔습니다. 마감뉴스 시청률이 점점 올라갔습니다. 깨어있는 국민들이 그 뉴스를 기다렸고 결국 데스크가 젊은 기자들의 저항에 지쳐갔습니다. 그렇게 싸우기를 7년. - 박영선 의원 트위터, <언론을 말한다>5


결국 전두환 대통령도 굴복했습니다. 본인이 살기 위한 노태우의 6.29선언이 나왔으니까요. 대한민국 민주화는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당시와 비하면 지금은 천국과 지옥입니다. 그러나 언론은 특히 보수언론은 언론이길 잊은지 오래되어 보입니다. - 박영선 의원 트위터, <언론을 말한다>6



물론, 위의 박영선 의원 트위터 내용은 MBC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허나, 이 같은 행위가 MBC에서만 일어났던 것은 결코 아니었을 것이요, 또한 30여년이 흐른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렇게 1954명이나 되는 언론인들이 프레스센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낭독할 수 있었을 테지요.


기자회견에 참여한 현업 언론인, 언론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80여명의 모습 - 미디어스, ⓒ곽상아


오늘(8월 8일)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언론인 1954명은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주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언론매체 미디어스에 따르면, 시민사회나 학계가 아닌 언론인이 직접 시국선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랍니다.

또한, 미디어스는 보도 기사를 통해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와 조직적인 비호, 사실관계의 왜곡과 축소 등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GH가 직접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시국선언 언론인들의 요구를 자세히 전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스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시국선언 언론인들은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정원과 경찰의 부당한 정치개입에 대해 철저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정치권은 국민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국정원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 이것이 온 국민의 열망과 열사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임을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또한,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내놓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분노의 촛불은 더 뜨거워지고 있지만 언론인은 침묵하거나 왜곡 보도의 첨병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다. 국민과 진실의 편이기를 거부한 많은 언론사의 경영진과 간부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하다"며 "선배 언론인들이 투쟁과 희생으로 쟁취한 언론의 자유마저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MBC를 제외한 KBS, SBS 카메라 취재진의 기자회견 취재 모습 - 미디어스, ⓒ곽상아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SBS 등 방송사 카메라 취재진을 비롯해 20여 명의 취재진들이 취재에 나섰습니다.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하게 MBC만 카메라 취재진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채널A의 경우 기자회견 시작 직전에 주최 측의 '종편 출입금지' 요청에 따라 취재에서 배제되었다는군요.

이번 시국선언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조 등 6개 단체가 추진해 이뤄졌으며 시국선언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민주주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이 정치권의 진흙탕 싸움과 언론의 외면으로 묻히고 있다.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와 조직적인 비호, 사실 관계의 왜곡과 축소 등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 언론인들은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 없다. 피와 눈물로 이룩한 우리사회의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상황을 목도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명료하다.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경찰은 이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국가기관들이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범죄를 공모, 은폐한 것이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국정원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며 NLL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에 동조하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나아가 새누리당은 국정조사에 합의해 놓고도 여전히 어깃장 놓기와 태업으로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 국정원은 오만방자하게도 국정조사 출석을 거부하거나 거짓 변명으로 일관해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국민들은 이제 국정조사를 통해 이번 국기 문란 사건의 진실이 규명될 것이라고 거의 믿지 않고 있다.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민들의 분노의 촛불은 더 뜨거워지고 있지만 언론인은 침묵하거나 왜곡 보도의 첨병 역할을 강요당하고 있다. 국민과 진실의 편이기를 거부한 많은 언론사의 경영진과 간부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는 데만 급급하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다룬 시사프로그램과 뉴스가 방송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국기기관의 보도 통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선배 언론인들이 투쟁과 희생으로 쟁취한 언론의 자유마저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우리 언론인들은 한없는 자괴감과 절망감을 딛고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정원과 경찰의 부당한 정치 개입에 대해 철저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치권은 국민에게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국정원을 뿌리부터 개혁해야 한다. 이것이 온 국민의 열망과 열사들의 희생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길이다. 우리 언론인들도 보도 통제에 맞서 진실 규명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단호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13년 8월 8일, 언론인 시국선언 참여자 일동


Posted by 불탄